[취재파일] 안중근 유해 찾기 키워드 ⑤ - "어렵고 힘들다"는 건 국민도 다 압니다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8.10.24 10:30 수정 2019.04.02 13: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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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광복절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을 북한과 공동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랴오닝성 뤼순감옥 묘지에 묻힌 안 의사의 유해를 찾으려는데, 왜 북한과 공동 사업을 진행해야 할까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안 의사 유해발굴 관련한 중국의 입장을 감안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남북한 합의에 의한 안 의사 유해의 정확한 매장지점을 특정해와야 유해발굴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니 북한과의 합의가 선행돼야만 중국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남북한 공동 사업은 뜬금없는 얘기가 아닌 유해발굴을 위한 필요조건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대사관 국정감사 2018년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선 국정감사가 진행됐습니다. 국회 외통위 소속 7명의 위원들이 3시간 여동안 국정감사를 진행했습니다. 때가 때인 만큼, 핵심 이슈는 북핵 문제와 중국발 미세먼지였죠. 그런데 감사 막바지쯤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과 관련한 질의가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보충질의를 통해 노영민 주중대사에게 안 의사 유해발굴 추진 상황에 대해 물은 겁니다. 박 의원 발언 그대로 적어봅니다. "남북한 그리고 중국이 3자 공동발굴하는 문제를 중국에 제안하는 걸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있는지 묻습니다."

내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문 대통령까지 강조한 사안인 만큼, 주중대사관에 안 의사 유해발굴 추진 상황을 묻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보 였습니다. 노영민 주중대사도 유해발굴 관련 질의가 나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준비한 메모를 봐가며 자신있게 답했습니다. 노 대사의 발언을 그대로 옮깁니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과 관련된 사항은 사실 좀 어려운 게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중국 정부의 협조를 받아서 이미 두 차례에 걸쳐서 발굴 조사를 시도했지 않습니까? 지난 2006년, 2008년 이렇게 두 차례 실시를 했었습니다만, 중국측도 원칙적으로 우리의 이런 발굴 조사 요청에 대해서 계속해서 소통해나가자는 입장이다…이런 말씀을 드리는데, 현실적으로 위치가 어느정도 특정이 돼야 합니다.

사실 두 번에 걸쳐서 시도했던 유해발굴이 실패했던 이유도 과연 특정된 지역에 발굴, 특정한 곳에 대한 신빙성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이렇게 생각을 하고요. 이번에는 조금 더 그런 신빙성을 높여서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왜 특정한 게 중요하냐면 이제는 그 주변도 상당 부분 개발이 됐습니다. 그래서 광범위하게 발굴 조사를 하기가 힘듭니다. 이제는 그래서 그래도 저희도 이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중국측에 요구하고 있고, 현재 소통 중입니다."
중국 대사관 국정감사 2018년 노영민 대사
노 대사의 발언은 안중근 의사의 매장 지점을 아직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조에 어려운 점이 있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안 의사가 묻혀 있는 중국에 주재하는 대한민국 대사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운 점이 느껴집니다. 노 대사는 "매장 지역이 특정되지 않았다. 신빙성 있는 매장 지역을 찾아야 한다"고 취지로 답했습니다. 하지만 안 의사 유해가 묻힌 곳은 '뤼순감옥 공동묘지'로 특정이 된 상태이고, 뤼순감옥 공동묘지는 '둥산포 언덕'이라는 사실은 여러 기록과 증언을 통해 알려진 사실입니다. 안 의사 유해발굴 민간 전문가들은 둥산포 언덕을 유력한 매장 후보지로 계속 언급해왔고, 우리 정부도 이런 내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안 의사 유해가 묻힌 곳이 둥산포 언덕이 100% 확실하냐고 묻는다면 둥산포 언덕만큼 기록과 증언을 확보하고 있는 다른 장소가 있느냐고 되물을 수 있는 상황이란 겁니다. 다시 말해 현재 기록과 증언을 근거로 발굴 조사 필요성이 대두되는 곳은 둥산포 언덕이 유일하다는 얘깁니다. 때문에 유해 매장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말은 안 의사 유해발굴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부족한 발언으로 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유해발굴 추정지역 주변이 상당부분 개발돼 광범위한 발굴조사가 힘들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노 대사가 언급한 곳은 2008년 발굴조사했던 뤼순감옥 북문 뒤쪽 일대를 지칭하는 걸로 이해됩니다. 이 지역은 노 대사 언급대로 이미 오래전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입니다. 2008년 발굴조사 당시 이 곳에선 일반 유해조차 단 한 구도 발굴되지 않았고, 깨진 그릇 조각만 발견됐습니다. 유해발굴 민간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이 곳은 유해발굴 추청지가 아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 (41:32)
반면 지금 주목되고 있는 둥산포 언덕은 말그대로 야산입니다. 물론 둥산포 묘지 지역이 문물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 협조 없이는 발굴 조사가 불가능합니다만, 대규모 개발이 진행됐기 때문에 발굴 조사가 어렵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또 둥산포 묘지 지역을 광범위하게 파헤칠 필요도 없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다른 일반 유해와 달리 네모난 침관에 모셔졌기 때문에 지표투과레이더 탐사만으로도 안 의사의 침관 윤곽을 찾아낼 수 있고, 윤곽만 찾아낸다면 그 땅만 파면 되기 때문입니다.

주중대사가 안중근 유해발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책임자는 아닙니다. 또 주중대사라고 해서 중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소상하게 다 알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안 의사의 유해발굴 사업엔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이 담겨 있고, 대통령까지 강조한 사업인 만큼 사안의 무게감은 상당히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안에 대해 주중대사가 국정감사장에서 자신 있게 밝힌 답변치고는 내용이 아쉽습니다.
안중근 의사
무엇보다도 '어려운 게 있다','힘듭니다'라는 표현이 더 안타깝습니다. 안 의사 유해발굴 사업이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이 있을까요? 국민들이 대통령은 물론 정부, 주중대사관에 바라는 바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안 의사 유해발굴 사업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자세일 겁니다.

(사진=연합뉴스)

[취재파일 - 안중근 유해 찾기 키워드]
▶ ① - '감옥서의 묘지'가 어딘가?
▶ ② - 주목해야 할 '둥산포' 묘지
▶ ③ - 최후 형무소장 '타고지로'의 악행
▶ ④ - "안중근 의사는 침관에 누워 계신다"
▶ ⑤ - "어렵고 힘들다"는 건 국민도 다 압니다
▶ ⑥ - 안중근 기념관은 돌아오는데…
▶ ⑦ - 사라진 안 의사 가족의 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