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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법원, 가톨릭 사제 성 학대 피해 남성 3명에 배상 판결

칠레에서 가톨릭 신부로부터 수십 년간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남성 3명에게 가톨릭 교계가 65만 달러, 우리 돈 약 7억 4천만 원을 배상하도록 명령하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칠레 항소법원은 현지 시간 지난 18일 열린 공판에서 페르난도 카라디마 전 신부의 성 학대 사건 은폐 의혹을 받아온 산티아고 대주교관구가 도덕적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고 일간 라 테르세라가 21일 판결문 사본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이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가톨릭 교계의 손을 들어준 하급심의 판결을 뒤집은 것입니다.

아울러 그간 칠레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가톨릭 교계에 사제 성 학대와 은폐 혐의와 관련해 부과된 첫 번째 배상 판결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남성 3명은 "길고 고통스러운 여행이었지만 가치가 있었다"며 "우리는 권력자들의 학대가 용납되지 않고 정의가 이를 확인하는 중대한 문화적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성 3명은 올해 초 로마 교황청으로 초대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사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진술했습니다.

산티아고 대주교관구는 "판결과 함께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대법원 항고 등 향후 어떤 조처를 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카라디마는 1985년부터 2006년까지 21년간 산티아고 대주교관구에 속한 부촌인 엘 보스케에서 교구 목사로 활동했습니다.

여러 건의 아동 성 학대 혐의가 제기됐지만 카라디마는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단 한 번도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카라디마는 2011년 교황청 자체 조사에서 아동 성 학대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면직된 뒤 평생 참회와 기도 처분을 받았습니다.

칠레 가톨릭 교계는 카라디마에 대한 교황청의 2011년 처분 이후에도 그의 범죄를 은폐하는 과정에 고위 성직자를 비롯한 사제들 여러 명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며 아동 성 학대 파문으로 계속 홍역을 치렀습니다.

교황청은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지난달 카라디마의 성직을 박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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