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정은지가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그 메시지를 앨범 '혜화'(暳花)에 담았다. 주제는 청춘이고, 앨범에는 8곡을 넣었다. 정은지가 1년 6개월 만에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직접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 했다.
"제가 하고 싶은 노래를 항상 위로였어요. 가사를 쓸 때에도 '귀한' 단어를 찾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상자'라는 곡은 어릴 때 했던 엉뚱한 상상을 담은 곡이에요. 어릴 때 '나는 상자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도 그 때와는 또 다른 상자 속에 나를 가두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에서 만든 곡이에요."
정은지는 성격과 실력, 활동 면에서 전형적인 걸그룹의 면모와 행보를 깨는 캐릭터였다. 그랬기에 그의 답변은 다소 의아했다. 정은지가 말하는 '상자'는 어떤 것일까.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이러면 안 돼'라는 틀을 깨고 싶었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를테면 저에겐 '밝음'에 대한 틀도 있는 것 같아요.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제가 있잖아요. 또 제가 딱 그만큼만 보여주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하나의 틀이죠."
정은지의 청춘은, 마냥 화려하고 좌충우돌 할 것 같은 설익은 청춘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20대의 딱 절반을 지나온 정은지는 과거와 어떤 면이 달라졌을까.
"몸도 얼굴도 달라졌고요.(웃음) 마음가짐도 달라졌어요. 예전엔 어제 뭘 했는지 모를 정도로 끌려 다녔던 것 같아요. 잠에 취해있었어요. 그 때 성장기였나봐요. 인터뷰 할 때도 잠이 와서 얼마나 눈치가 보이던지.(웃음) 그 땐 배움만 있었는데 지금은 내 얘기를 할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게 가장 달라진 점이에요."
정은지가 가수의 꿈을 안고 고등학교 때 부산에서 서울로 향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연습생 기간이 긴 보통의 아이돌 가수들과는 달리, 월등한 노래 실력으로 데뷔 전과 직후 큰 주목을 받아서 어렵지 않게 그의 이름 세글자를 알렸다.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 서울로 온 거였어요. 그래서 그렇게 좋은 노래가 직업적으로 느껴질 때만큼 힘들 때는 없어요. 그게 버거워지면 마음이 갈 곳을 잃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내 생각을 담은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버거웠고, 예전보다 비록 힘들긴 하지만 더 재미를 느껴가고 있어요."
그런 정은지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솔로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정은지를 응원하는 부모님들은 벌써부터 지인들과 함께 콘서트장에 갈 생각으로 설레어하고 있다. 정은지는 '콘서트 장에 초대를 할 때마다 객석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부모님에게 이번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아요. 학창시절에 윤하 선배님 콘서트에 갔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부산에서 콘서트를 한다는 게 되게 낯설게 느껴져요. 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부산 사투리로 해볼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콘서트 기획하면서 지은(아이유) 양이 너무 흔쾌히 게스트로 응해줘서 더욱 기대가 돼요."
정은지는 음악 뿐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에서 이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예정돼 있는 작품이 내년 베일을 벗을 예정. 팬들이 목 놓아 기다리고 있는 에이핑크의 컴백도 더이상 미룰 수는 없다.
"발 닿는 대로 열심히 하고 싶어요. 80살까지 일하는 게 목표예요. 사주를 봤는데, 그렇다고 하니까 믿어보려고 해요.(웃음) 회사 이사님은 피곤해 하시지만, 저는 열심히 일하는 게 재밌어요."
(SBS funE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