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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면 어깨 찌릿찌릿"…'고압선'에 갇힌 마을

백운 기자 cloud@sbs.co.kr

작성 2018.10.20 20:51 수정 2018.10.20 21: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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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가구 남짓 살고 있는 경기도 안성의 한 마을 주민들이 더는 못 살겠다며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고압선 때문인데 마을 입구에선 일반 길거리보다 300배가 넘는 전자파가 나올 정도입니다.

백운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의 '먹갱이 마을'.

한 가정집에서 전자파를 쟀더니 2.3 마이크로 테슬라가 나옵니다.

[이성진/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국장 : (이 수치는 가정집에서 나오는 수치인가요?) 안 나오죠. 안 나와요, 안 나와. 절대 가정집에서 이게 안 나오죠. 저희 집에서도 이 장비를 가지고 측정을 해봤는데, 보통 그냥 놔두면 0.02, 0.03 (마이크로 테슬라.)]

일반 가정집의 70배가 넘는 수치인데 주민들은 송전탑에서 두 갈래로 뻗어 마을을 가로지르는 송전선로를 가리킵니다.

34만 5천 볼트의 특고압 선이 가정집 지붕 위로 20여 미터 떨어진 곳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런 환경에서 40여 년을 살아왔습니다.

고압선에 가까이 가면 전류가 내는 소음까지 들립니다.

[한순희/먹갱이 마을 주민 : 비가 오고 번개 치고 막 그러잖아요? 우산 들고 오고 그러면 막 전기가 찌릿찌릿 와, 여기(어깨)로. 깜짝 놀랄 정도로.]

마을 22가구 전체의 전자파 수치를 측정해봤더니 일반 가정집이나 길거리에서 측정되는 수치보다 두 배에서 많게는 80배 넘게 나왔습니다.

특고압 선이 낮게 쳐진 마을 입구는 300배가 넘게 나왔습니다.

[박동욱/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 이런 전자파나 극저주파 자기장은 조금만 관심 갖고 비용을 들이면 우리가 피할 수 있는 유해 인자입니다. 이런 분명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는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령의 주민들은 전자파 피해의 가능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데다 마을 옆으로 6차로 고속도로가 난다는 계획까지 전해지자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하며 이주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옥련/먹갱이 마을 주민 : '나도 아파', '나도 암이야', '나도 위암 수술했어' (라고 주민들이 말하고) 저희가 말하고 싶은 건 이주를 시켜달라.]

한국전력은 송전탑을 설치할 때 민가를 피하도록 내부 규정에서 권고하고 있지만 의무 규정은 아니고 41년 전에 세운 송전탑을 옮기거나 주민 이주를 지원하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김세경, 영상편집 : 박지인, CG : 변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