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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과징금 '반값 할인'…공정위는 과연 공정한가

심영구, 김학휘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8.10.19 21:43 수정 2018.10.19 22: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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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요즘 뒤숭숭합니다.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기업에 부당채용을 압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받고 있는 건데, 이 시점에서 SBS 데이터 저널리즘 팀 마부작침이 '공정위는 과연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동안 공정위가 자신들이 매긴 과징금을 스스로 얼마나 깎아줬는지, 지난 14년간의 주요 과징금 사건 전체를 조사했습니다.

심영구, 김학휘 기자입니다.

<기자>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아 여기까지 왔어요?]

[김학휘 기자 : 역대 공정위원장들 중에 노대래 위원장 때가 (과징금) 감액률이 제일 높거든요.]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아니 그때는 이제 사실 그... 과징금을 부과하다 보면 4대강 사건 이후에 건설회사들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법 집행할 때 그런 것을 따질 건 아닌데, 또 (공정거래)위원회 오면 경제 상황을 고려를 안 할 수가 없어요]

박근혜 정부 첫 번째 공정거래위원장인 노대래 위원장 시절 공정위는 처음 매겼던 과징금에서 평균 61%를 깎아 최종 부과했습니다.

역대 공정위원장 중 할인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러면 이번엔 할인율이 높았던 대기업 순으로 한번 볼까요.

현대백화점 79.1, 두산 72.8, 효성 72.7, 미래에셋 71.6퍼센트 순인데요, 이들을 포함해 지난 14년 간 주요 과징금 사건 평균을 내 봤더니 53%, 거의 반값 할인이었습니다.

'반값 세일'로 옷을 건지면 기분은 좋지만, 평소 가격이 적정했는지 의심되는 것처럼 이렇게 번번이 깎아준다면 공정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마부작침은 그래서 200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공정위의 주요 과징금 사건 의결서를 모두 분석했습니다.

공정위가 처음 산정했던 기본 과징금은 14년 합계 18조 2천억 원.

그러나 실제 부과한 과징금은 8조 5천억 원.

이른바 "조정"을 거쳐 53%인 9조 6천억 원을 깎아준 겁니다.

바로 그 "조정"이란 이런 겁니다.

1, 2차 조정에서는 기업의 위반 횟수와 기간, 고의성 여부, 가담 정도 등 구체적 기준을 가지고 과징금 액수를 수정합니다.

그런데 3차 조정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부과과징금 결정에서는 앞서 노대래 전 위원장의 말처럼 경제 상황, 시장 영향 같은 모호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14년 동안 깎아준 9조 6천억 원 중 7조 5천억 원이 바로 이 3차에서 감액됐습니다.

[전 건설업체 직원 : 고무줄이죠. 고무줄. 자기들 자의적으로 하는 거지. 예를 들어 시스템 딱 떠가지고 엑셀 수식에 따라서 딱 떨어지는 그렇게 돼야 누가 봐도 불만이 없는 거잖아요.]

현대건설은 2014년 한해에만 8번, 2004년 이후 19번이나 담합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습니다.

현대건설뿐 아니라 지난 14년 동안 과징금을 얻어맞은 기업의 4분의 1 정도는 또다시 법을 위반했습니다.

10번 이상 적발된 업체는 12곳, 5년 연속 적발된 업체도 9곳이나 됩니다.

[전 건설업체 직원 : 벌점 리스크 안고 담합을 할 거냐, 이익이 되기 때문에 들어가는 거죠. (네 이익이 되니까?) 네]

벌금 내고 영업하는 게 이익이라면 공정위의 과징금은 공정한 액수일까요.

노대래 61.1, 백용호 59.6, 강철규 32.4, 김상조 17.7.

역대 위원장별 상하 1, 2위 할인율 수준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한 전 위원장들 모두가 과징금은 법적 기준에 따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기준이 문제인 거겠죠.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은 그동안 해마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 체계를 개선하라고 요구해왔습니다.

최근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내놓은 공정거래위원회.

앞으로는 '공정위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달라질까요.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김경연, 디자인 : 정순천·옥지수·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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