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핵심' 임종헌 이틀째 소환…통진당 재판개입 추궁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6일 검찰에 재출석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임 전 차장을 상대로 두 번째 피의자 신문을 했습니다.

전날 오전 검찰에 처음 출석했던 임 전 차장은 밤샘 조사 끝에 이날 오전 5시께 귀가했습니다. 그의 재출석은 약 9시간 만입니다.

임 전 차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을 역임한 임 전 차장은 재판거래·법관사찰 등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거의 모든 의혹에서 실무 책임자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사건의 발단이 된 법관사찰 의혹은 물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불복 소송,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밀 유출 등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2016년 11월 청와대 요구에 따라 법률 검토 문건을 만들어 전달하거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 '비선 의료진'의 특허소송 등에서도 청와대와 법원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는 그가 근접 보좌한 박병대, 고영한,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이나 이 기간 사법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겨냥한 검찰 수사의 분수령으로 여겨집니다.

검찰은 전날 임 전 차장을 상대로 법관사찰 의혹과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사찰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데 이어 이날은 옛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의혹에 대해 추궁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명백한 물증이 제시되지 않는 한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전날 밤샘 조사를 받은 점을 고려해 이날 자정 전후 귀가시킨 뒤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입니다.

그가 복수의 전·현직 판사들 진술과 어긋나게 자신의 혐의를 상당 부분 부인함에 따라 검찰로서는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