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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무슨"…中 중산층도 사교육비에 허리 휜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고자 중산층의 소비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작 중산층은 자녀 사교육비 지출에 허리가 휘고 있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투자은행 HSBC가 15개국 8천481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교육과 별도로 자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부모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으로 93%에 달했다.

중국 학부모들은 특별한 '연줄'이 없는 한 자녀가 중산층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일류 대학에 진학하는 길이라고 보고, 자녀 교육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 모습이다.

중국 내 전체 2천600여 개 대학 중 일류 대학으로 인정받는 대학은 150개가량으로, 한해 1천만 명에 가까운 수험생이 이들 일류 대학에 진학할 확률은 6%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대학 입시를 위한 경쟁은 사실상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며, 중국 학부모들은 추첨 대신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소수의 엘리트 공립 중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사교육에 매진한다.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이 5만2천 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 교육에 지출하는 돈은 평균적으로 가계소득의 20%가량을 차지했다.

심지어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자녀 사교육에 쏟아붓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연봉이 10만 위안(약 1천630만원)가량인 에이미 장 씨는 "수학, 국어, 영어, 무용, 피아노 등 딸아이의 사교육에 지출하는 돈이 10만 위안에 육박한다"며 "우리 부부 수입의 30%가량을 아이 교육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중산층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며 "딸아이 교육비 때문에 우리 부부는 100위안(약 1만6천원)이 넘는 옷을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자녀의 사교육비 지출이 부부 수입을 넘는 경우도 있다.

아이를 한 해 등록금이 30만 위안(약 4천900만원)인 사립학교에 보낸다는 엠마 리 씨는 "나중에 아들을 해외유학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립학교보다는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사립학교 등록금이 우리 부부의 수입보다 더 많다"며 "현재 직장을 구하는 중인데, 구할 때까지는 오직 절약하고 또 절약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교육열은 사교육 기업의 급속한 성장을 낳고 있다.

중국의 양대 사교육 기업 중 하나인 신동방(新東方·New Oriental) 그룹의 올해 1분기 말 등록 학생 수는 20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9% 급증했다.

경쟁업체인 TAL(Tomorrow Advancing Life·好未來) 그룹의 1분기 말 학생 수도 작년 대비 88.7% 폭증해 2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러한 교육비 지출 증가로 사교육 기업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만, 중산층의 소비 활성화를 통해 무역전쟁이 불러올 경기 둔화에 맞서고자 하는 중국 정부로서는 애가 탈 노릇이다.

투자은행 UBS의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9.1%였던 중국의 실질 소비 증가율은 올해 7.5%로 떨어진 후 내년에는 7.0%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화타이(華泰)증권의 리차오 애널리스트는 "가구 소득의 증가를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중산층은 사교육비 지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다른 부문의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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