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1억 원을 내지 않고도 수차례 해외를 다녀온 체납자가 "재산을 해외로 빼돌릴 우려가 없다"며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지 말아 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는 A 씨가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자신이 가진 부동산을 제삼자에게 양도했고, 총 6억 9천여만 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받았습니다.
이후 세금의 극히 일부만 납부했고, 2013년 4월부터는 아예 내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난해 10월 기준 A 씨의 체납액은 가산금을 포함해 11억 9천여만 원에 달했습니다.
2016년 5월 국세청은 "세금 납부 의지가 없고, 본인과 동거가족의 출입국 내역이 빈번해 은닉재산을 해외 도피시킬 목적으로 출국할 우려가 있다"며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습니다.
법무부는 A 씨에 대해 출국금지 처분을 내렸고, 6개월마다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A 씨는 "부동산 처분 대금을 생활비 등에 모두 사용해 세금을 납부할 수 없었고, 가족 여행 목적으로 몇 차례 출입국을 했을 뿐 해외에 체류한 기간이 길지 않았는데도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한 것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8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국세를 체납하고 있고, 출국을 이용해 재산을 해외에 도피하는 등 과세관청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처분한 아파트 2채의 양도차익만도 11억 원에 이르는 등 상당한 양도차익을 실현했다"면서 "양도소득세는 실현된 이익에 관해 부과되는 세금이므로 이를 납부하지 못할 만한 불가피할 사정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양도소득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았고, 체납 후 납부한 세금은 전체 체납액의 1%를 조금 넘는다"며 "국세 납부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되고, 향후 강제집행 등을 통한 조세 채권의 실현도 어려워 보인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전업주부라고 밝힌 A 씨와 그 가족의 주 수입원이 불분명한데도 상당한 생활비가 드는 강남구에서 두 곳에 나눠 거주하고 있고, 관광 등의 목적으로 빈번하게 해외에 다녀온 점에 비춰 A 씨가 재산을 은닉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A 씨 자녀 2명이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을 취소할 경우 향후 A 씨가 출입국을 통해 국내의 은닉 재산을 자녀가 거주하는 해외에 도피할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