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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해물질 든 어린이용품, 제품과 업체명은?

[취재파일] 유해물질 든 어린이용품, 제품과 업체명은?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18.10.15 10:18 수정 2018.10.15 13: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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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SBS 보도 이후 어린이용품 유해물질 보고서 공개

어린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학용품과 장난감에서 기준치를 뛰어넘는 환경호르몬과 가습기살균제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 얼마 전 SBS 8뉴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문의가 잇따랐습니다. 가장 많이들 궁금해하신 부분은 역시나 문제가 된 제품과 업체명이 무엇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보도에서도 특히 위해성이 높게 확인된 지우개 7종 등 8개 제품을 공개했지만, 기준치를 초과한 나머지 55개 제품까지 일일이 다 소개해 드리진 못했습니다.

▶ [단독] 학용품서 가습기 살균제 물질…환경호르몬에 무방비 노출

다행히 보도가 나간 뒤 환경부가 해당 보고서를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정부가 정책 관련 연구보고서 등을 업로드하는 '온-나라 정책연구 시스템(PRISM)'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왜 이제야 올렸느냐는 질문은 뒤로 하고 이제라도 보고서가 공개됐으니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주소를 공유합니다. http://www.prism.go.kr에 접속해서 첫 화면에 '어린이용품'이라고 검색하시면 <2017년 어린이용품 유해물질 실태조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째로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다소 어려운 전문용어도 많이 포함돼 있지만 제품명과 업체명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 어떤 유해물질 들어갔나? - 프탈레이트, CMIT/MIT가 문제

이번 연구에서 가장 문제가 된 건 '프탈레이트'라는 화학첨가제입니다. 환경 및 안전 이슈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아마 여러 번 들어보셨을 이름입니다. 프탈레이트는 주로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용도로 쓰이는데 저렴하고 가격이 효과도 강력해서 1930년대부터 플라스틱 제품에 폭넓게 쓰였습니다.

문제는 프탈레이트가 가진 유해성입니다. 이미 국제적으로 1999년부터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추정물질로 관리됐고 특히 유럽연합(EU)에서는 DEHP·DBP·BBP 등 3종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 발암성과 변이독성, 재생독성이 있는 물질임을 확인하여 완구와 어린이용 제품에 대한 사용 등을 금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용기나 어린이용 제품에 DEHP·DBP·BBP 등 3종의 사용이 금지됐고 나머지 프탈레이트 가소제에 대해서도 사실상 금지에 가까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모든 화학물질이 그렇겠지만, 어른보다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에게 끼치는 영향이 더 크고 위험하겠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임상혁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어린이들이 프탈레이트에 오래,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생식기에 기형이나 이런 것들이 나타나고 발암 가능성이 높아지며 아토피나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뇌 기능이나 기억력이나 지능이 떨어지는 무서운 영향도 보고된 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린이 학용품에 환경호른몬 발견일부 물감에서 CMIT/MIT가 검출된 것도 이번 보고서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CMIT/MIT란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라는 화학물질의 혼합물인데 가습기살균제, 치약, 구강청결제, 화장품, 샴푸 등 각종 생활화학제품에 사용돼 왔습니다. 주로 액상으로 된 제품 안에 넣어 제품의 형태나 품질이 변하지 않도록 보존하는 방부제 역할로 쓰이죠. 우리나라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발생 후인 2012년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했는데, 치약 등을 제외한 제품에서는 아주 낮은 농도로 희석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CMIT/MIT를 함유한 일부 회사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동물 실험에서 폐손상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아 해당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이 그동안 보상을 받지 못했는데, 최근 연관성을 입증하는 의학 보고서가 나왔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물감의 CMIT/MIT 성분이 가습기살균제에 쓰였을 때처럼 호흡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지만, 피부 접촉지 감작성 반응(알레르기, 발진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 왜 어린이용품에 유해물질이?…"중국산, 영세업체 많아"

그러면 도대체 이런 물질들이 왜 하필이면 어린이용품에 들어갔을까, 화가 나고 답답하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몸에 나쁜 데다가 특히 어린아이들한테는 더 안 좋다고 이미 오래전부터 결론이 난 물질들인데 말이죠.

가장 쉬운 답변을 드리자면, "그만큼 여러 화학물질이 우리 생활용품에 폭넓게 쓰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프탈레이트가 산업용으로 사용된 건 지난 1930년대부터입니다. 지난 백여 년간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지만 건강과 안전성을 따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죠. 안타깝게도 이런 물질의 제한과 관리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과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나서야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유용함과 효능이 입증된 일부 화학물질은 산업 현장에서 '없으면 안 되는 물질'로 자리 잡았고요.

프탈레이트도 마찬가집니다. 플라스틱은 그 자체는 고분자화합물이라 매우 딱딱합니다. 부드럽게 만들어 형태를 변형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죠. 지우개도 마찬가집니다. 요즘은 고무가 아니라 플라스틱 지우개를 사용하는데, 지우개가 딱딱하면 잘 안 지워지겠죠. 부드럽게 휘어지고 구부러져야 다루기도 쉽고 글자도 잘 지워집니다. 이번에 위해성이 특히 높게 나와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가 취해진 제품 8개 가운데 7개가 지우개였던 건 이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런 프탈레이트에 대해서는 대체재가 나와 있습니다. 기존 프탈레이트의 유해성이 부각되자 독성이 덜하면서도 비슷한 기능을 한 대체재가 꽤 오래전부터 쓰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대체재의 경우 독성이 덜한 대신 가격이 조금 더 비싸고, 특정 제품에 쓰일 때 기능성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겁니다. 특히 지우개의 경우 대체재를 쓰면 기존 프탈레이트보다 좀 더 뻑뻑하고 그래서 잘 안 지워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하네요.

여기서 "왜 하필 어린이용품인가"라는 질문의 답이 대강 나옵니다. 이번에 적발된 제품의 경우 중국산이 절반 이상이거나 국산이더라도 대부분 영세 업체가 생산한 제품이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업체 몇 군데를 확인해봤지만 대부분 조그만 규모의 회사들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엄격한 환경 기준을 미리 숙지하고 준수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한 곳들이 대부분이라는 얘깁니다. 어린이용품에 대해선 환경부 고시로 이뤄진 유해물질 기준치와 산업자원부가 담당하는 어린이용품 특별법 등 규정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이를 확인하고 지키기보다는 제품 찍어내기에 급급한 회사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담당 공무원들의 전언입니다.

● 상대적으로 느슨한 기준…늑장대처도 문제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정당화될 수는 없겠죠. 법은 지키라고 만든 겁니다. 무엇보다, 영세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준다면 성실하게 법을 지키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들에게는 되레 불이익이 될 겁니다.

그보다도 이런 제품, 업체 계속 나오는 건 상대적으로 느슨한 국내 기준 탓이 더 커 보입니다. 프탈레이트 등의 유해성이 확인되고 유럽연합(EU)이나 미국에선 어린이용품에 대한 사용과 판매는 물론, 해당 물질이 들어간 제품의 수입도 금지했습니다. 우리도 여러 차례 이슈화가 된 뒤 기준을 마련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인식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기준치 초과로 적발돼 고발조치까지 이뤄진다 하더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마는 것도 위해 제품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학용품 유해물질 / 문구점 어린이정부의 늑장 대처도 문제입니다. 이번 보고서가 완성된 건 지난 2월입니다. 환경부는 5월쯤에야 검토에 들어갔다가 지난 7월에야 첫 행정조치를 내렸습니다. 바로 얼마 전 행정조치에 들어간 업체와 제품도 있습니다. 보고서가 나오고 위해성이 입증됐는데도 길게는 8달 가까이 문제의 제품이 방치된 셈입니다. 저희 취재진이 지난 10월 초 직접 확인해보니 학교 앞 문방구는 물론 대형 문구점에서도 문제의 제품들을 버젓이 볼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온나라 정책연구 시스템을 보면 용역비 29억 천만 원을 들여 해당 사업을 수행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다 세금이죠. 30억 원 가까운 세금을 들여 연구를 해놓고도 보고서가 언론에 나올 때까지 공개조차 안 하고 조치도 미적미적 늦게 한 겁니다. 그 사이 이 제품들 얼마나 만들어지고 팔렸는지는 확인조차 안 됩니다. 물론 바빴겠죠. 하지만 담당 공무원들이 불안한 부모의 마음을, 한 번은 헤아려봤을까요?

● '안전하게 관리된다'는 믿음 줄 수 있어야

사실 이런 뉴스,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어디에 뭐가 나왔는데 몸에 안 좋다더라, 하는 소식은 이제 뉴스의 한 면을 고정으로 장식할 만큼 흔한 소식이 됐습니다. 오죽하면 케모포비아(chemophobia·화학물질 공포증)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올까요. 저희도 요즘 이런 이슈 취재할 때는 위험을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기 위해 검증에 더 신경을 씁니다.

그러나 위험한 건 위험한 거고, 쓰면 안 되는 건 쓰지 말아야 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이런 뉴스가 해마다 나오는데 좀 안심할 수 있게 제대로 조치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뉴스, 반복되더라도 '안전하고 잘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을 시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 기관의 역할일 겁니다.

끝으로 뉴스 보고 불안해하셨을 학부모를 위해 한 마디 덧붙이자면, 과도하게 스트레스받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게 무슨 병 주고 약 주고인가 하실 수 있겠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주로 확인된 유해물질의 독성은 주로 "삼키거나 씹었을 경우"의 독성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지우개나 장난감 등 문제의 제품을 입으로 가져가지 않게 지도하시면 됩니다. 물감의 CMIT/MIT도 가습기살균제처럼 흡입하거나 마신 경우가 아니라면 호흡기에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다만 피부가 예민할 경우 접촉 시 알레르기나 발진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의사들은 조언합니다.

(도움: 원종욱 연세대 보건대학원장, 임상혁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해당 보고서는 국회 윤호중 의원실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SBS가 입수·보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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