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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스러웠어요"…군부대 위문 공연에 동원된 학생들

▶ 학교 밖 행사에 동원된 학생들…공연 전문 고교 '감사 착수'

<앵커>

유명 아이돌을 여럿 배출한 서울의 한 공연 전문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학교 밖 어른들 행사에 동원해 교육청이 특별감사에 들어갔습니다. 군부대 위문 공연은 물론이고 학교장의 사적 모임에도 동원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이한석 기자의 보도 보시죠.

<기자>

지난 4월, 보험설계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한 보험사 행사장입니다.

축하 공연 무대에 선 남녀 6명이 화려한 칼 군무를 선보입니다.

이번엔 교복 차림의 4인조 여성 보컬 팀 노래가 이어집니다.

객석 테이블마다 술이 놓여 있고 흥겨운 듯 일어나 춤을 추는 관객들도 눈에 띕니다.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서울의 공연 전문 고등학교에 다니는 10대 학생들입니다.

[공연 참가 여학생 : 공연처럼 보는 게 아니라 완전 축제하듯이 자기들끼리 술 마시고 술 취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 상태에서 막 저희 공연을 시키니까….]

이 학교는 지난 2014년부터 학생 수십 명씩을 모아 외부 공연을 해 왔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참석한 행사만 국내외 스무 차례가 넘습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 가운데 여학생들이 참여한 군부대 위문 공연 술이 제공되는 행사장 등 부적절한 자리가 있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공연 참가 여학생 : 수치스러웠어요. 부담스러웠죠. 부담스럽고 좋지는 않은 감정이었어요.]

이 과정에서 학교장의 사적 모임에도 동원됐고 공연 사례금의 부적절한 처리 의혹까지 겹치면서 갈등이 커졌습니다.

[학부모 : 재주는 곰이 부리고 뭐는 뭐가 한다고 도대체 애들을 데리고 지금 이게 뭐하는 건가. 이게 앵벌이지 뭐가 앵벌이인가….]

학교 측은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한 교육적 목적이었다면서 돈 관련 의혹 등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 고등학교 교장 : 아이들이 무대에 많이 서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보거든요. 아이들이 굉장히 목말라해요, 공연에. 그래서 자기들 공연할 때 막 봐주기를 바라고….]

급기야 서울교육청이 개입했습니다. 지난주 특별감사에 착수했습니다.

교육청은 학생들의 공연 동원이 교육적 활동에 맞는지 학습권 침해나 학교의 부당한 수익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 '군부대 위문·술자리 공연'이 교육 목적?…수익금도 불투명

<앵커>

들으신 대로 학교 측은 무대 경험 쌓으라고 교육 목적으로 내보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앞서보신 것처럼 학생들의 얘기는 전혀 다릅니다. '수치스러웠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여기에 공연 대가로 받은 수익금 처리도 불투명합니다.

이어서 이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봄 한 사립대 동문회 행사장.

공연 전문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노래를 부릅니다.

주최 측인 동문회 임원 중 한 사람, 바로 해당 고교 교장의 부인이자 행정실장인 김 모 씨입니다.

이 밖에도 교장 박 모 씨의 모교 강연 같은 사적인 자리에 부당하게 동원돼왔다는 게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과 학부모들 주장입니다.

학교 측은 교육 목적의 자발적인 참가였다고 반박합니다.

[00고등학교 교장 : 제일 좋은 것은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사실 가면…아이들이 자기를 나타내기 위한 그 과정들이 없으니까….]

하지만 일부 학생들 기억은 다릅니다.

학교 측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워 자발적이라기보다 강요에 가까웠다고 말합니다.

특히 군부대 위문이나 술이 오가는 자리에서는 심한 거부감을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공연 참가 여학생 A : 저희는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간 게 많았어요. 선물도 직접 저희가 여학생들이 손에 들고 군부대에 계신 군인한테 드리는 거 사진도 찍게 하고, 남자분들이 조금 아이들 터치라든가….]

불투명한 수익금 처리도 문제입니다.

지난 6월 일본 오키나와 공연의 경우 1만 5천 원 정도의 입장료를 받기도 했고 일부 국내 행사에서도 사례금이 오갔는데 학교 측은 관련 회계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공연 경비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했다고 말하고,

[공연 참가 여학생 B : 교통비나 식비, 연습실비만이라도 좀 지원을 해달라 이랬는데 그것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뤄진 적 없고요.]

학교 측은 사례금이나 수익금은 모두 관련 경비에 보탰다며 엇갈립니다.

[00고등학교 교장 : 졸업생 아이들은 저희가 돈을 줘요. (재)학생들한테 돈을 주는 것은 사실은 그것도 아동청소년법 위반이라고 하더라고요.]

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하면서 정치권도 국정감사에서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박용진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 학생들을 동원해서 이렇게 사설 공연단처럼 운영했다고 한다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문제 삼겠습니다.]

K팝 스타의 산실로 주목받는 한 유명 학교의 잡음이 학교 담장을 넘어 국정감사 이슈로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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