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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NLL 불인정'을 대하는 몇몇 시선

[취재파일] '北 NLL 불인정'을 대하는 몇몇 시선
그제(12일) 합참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NLL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행위란 서해 NLL 이남에 북한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남북 경계선인 경비 계선을 남측에 강요하는 활동입니다.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 군사 합의서에서 NLL 주변 평화수역 조성에 합의했지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4·27과 9·19 선언, 군사 합의의 성공은 약속의 이행에 달려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합참 국감에서 드러난 북한의 행동이 사소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약속의 이행과는 거리가 멀고 진정성도 의심 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장에서는 다소 의아한 풍경이 벌어졌습니다. 

● 北 정권은 NLL 인정하고 현장에서는 불인정?

연평도, 백령도 주민들에 따르면 북한군의 NLL 관련 교신은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변화가 없습니다. 연평도에 거주하는 박태원 서해5도 평화수역 운동본부 상임대표는 "북한 방송이나 통신은 '귀(남)측이 자기네 구역(경비 계선)을 넘어와서 조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즉각 내려가라'는 내용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함정이나 어선이 NLL 이남 수역을 항해하는데도 북측은 경비 계선을 넘어왔다며 트집을 잡는 겁니다. 합참의 국감 보고 표현대로 북한은 명백하게 NLL을 인정하지 않는 활동을 했습니다. 4·27과 9·19 선언이 경계하는 우발적 충돌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발적 충돌을 막아보자는 두 선언의 정신에 따라 북한은 NLL 불인정 교신을 중단해야 합니다.

남북 정상간 합의가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사실이 공개됐으니, 국감장에선 군과 여야가 한목소리로 북한에게 경비 계선 주장 자제와 NLL 준수를 촉구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은 북한 정권이 NLL의 존재와 실체를 인정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만 치중했습니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19 군사 합의서에서 NLL 일대라고 북한이 서명했다"며 "북한 당국자가 NLL을 부정한 일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같은 당 민홍철 의원도 "해석이야 여러 가지 하겠지만 두 정상이 보는 가운데 서명한 것 자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군사적 의미의 NLL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한기 의장 이하 합참 지휘관들은 "북한이 NLL의 존재를 인정했다"며 여당 편에 섰습니다.

● 관건은 선언이 아니라 이행!

관건은 선언과 합의서 문구의 완결성이 아니라 선언과 합의의 이행입니다. 남북은 지금까지 선언과 합의의 문구가 불분명해서 다퉜던 게 아니라 북한이 이행을 안 한 탓에 충돌한 측면이 컸습니다. 북한군이 현재 NLL 인정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건 남북 정상 선언 이행 의지를 의심케 행동입니다. 

김남부 안보기술연구원 북한본부장은 "남북이 그동안 체결한 합의서가 245개이고 그 가운데 군사 분야가 12개인데 내용은 하나같이 훌륭했다"며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지켜진 적 없고 그래서 이번 선언과 합의도 우려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야 그렇다 쳐도 합참의 태도는 별도로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합참은 북한의 이행 여부를 따져야 하는 군 최고 조직입니다. 합참은 국감에서 북한군이 왜 현장에서는 NLL을 인정하지 않는지, 평화수역 조성을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를 말했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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