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충·설명충'…일상에 스며드는 혐오 표현의 문제점

고정현 기자 yd@sbs.co.kr

작성 2018.10.09 20:31 수정 2018.10.09 21: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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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많이 쓰는 신조어 가운데, 듣기 거북한 표현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특정 집단을 혐오하고 적대시하는 단어들은 우리 말과 글 생활을 황폐하게 하고 실제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한글날을 맞아 고정현 기자가 이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기자>

일베나 워마드 같은 극단적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특정 성이나 지역을 혐오하고 비하하는 말들이 여전히 난무하고 있습니다.

양성평등 교육진흥원이 성차별적 게시물과 댓글을 뽑아 분석한 결과, 문제적 표현의 62%가 특정 성에 대한 혐오와 비난으로 분류됐습니다.

누군가를 혐오, 비하하는 신조어의 대상은 더욱 넓어지고 있습니다.

벌레 '충'자를 학부모나 노인, 중고등학생한테까지 마구 붙여서 비하하다 못해, 사람의 행동을 근거 없이 비하하는 데 쓰기도 합니다.

진지한 사람을 '진지충' 설명이 많은 사람을 '설명충'으로 부르는 식입니다.

[김수민/경기 고양시 : 설명을 해주면 이제 '설명충' 이런 식으로 말을 아예 끊어버리는 이런 식으로 대화가 단절되는….]

성인 남녀 2천300명에게 평소 가장 듣기 거북한 신조어가 뭐냐고 물어봤습니다.

절반 이상이 상대방을 깔보고 비하하는 접미사 '충'이 붙은 신조어를 꼽았는데요, 다음은 특정 집단과 특정 성별을 비하하는 신조어가 각각 차지했습니다.

이런 혐오 표현들은 온라인을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쓰이고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는 꼭 써야 하는 말버릇이 될 정도가 됐습니다.

[고등학생 : 한 문장 말하면 (혐오어) 한두 개씩 꼭 들어가고 그런 식으로 계속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이런 표현들은 사람들 사이를 가르고 갈등을 부추긴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김슬옹/국어문화원 부원장 : 상대를 경멸하고 조롱할 뿐만 아니라 없던 혐오감까지 만들어 내서 공동체 분열을 조장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말과 글 생활을 인위적으로 어쩌긴 한계가 있지만, 심각하다 못해 범죄적이기까지 한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법적 규제를 하는 것도 잘못된 풍토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영상편집 : 박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