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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고어의 보고 제주어 "오멍가멍 보니 반갑수다"

한글 고어의 보고 제주어 "오멍가멍 보니 반갑수다"
▲ 제주어를 활용한 문양 디자인

제주어는 제주 방언을 일컫는 말입니다.

아래아(ㆍ)와 쌍아래아(‥) 등 지금은 거의 사라진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글의 고유한 형태가 남아있어 '고어의 보고'로 일컬어지지만 점차 사용 빈도가 줄어들면서 제주어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확산하면서 최근 제주어가 다양한 옥외광고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재밌고 아름다운 제주어 간판 '뽕그렝이 먹엉갑서', '놀멍쉬멍', '곱들락' ….

도대체 무슨 뜻일까? 제주지역 음식점, 민박집, 미용실 등에 사용된 제주어 간판입니다.

각각 '배부르게 먹고 가세요' '놀면서 쉬면서' '곱다(고운)'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제주어가 많이 친숙해졌지만, 여전히 국내 관광객들에게 제주어는 신비의 대상입니다.

거리에 즐비한 낯선 제주어 간판만으로도 국내 관광객들은 '정말 제주로 여행을 왔구나!'라는 설렘과 신기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제주어로 된 간판은 제주 어디를 가든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간판개선사업이 이뤄진 제주시 신성로에는 상호가 제주어가 아니더라도 간판에다 업종에 맞게 재미있는 제주어 문구를 넣어 도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모 정당 사무실 간판에는 'ㄱ+ㆍ치 살게마씸'(같이 살아봅시다), 고깃집 간판에는 '쿠시롱헌 냄새 남수다'(고소한 냄새가 납니다), 술집엔 '오널 술 ㅎ+ㆍ+ㄴ잔 ㅎ+ㆍ+ㅂ주'(오늘 술 한잔 하자) 등 정겹고 재미있는 제주어 글귀가 가득합니다.

제주어를 활용한 간판, 즉 옥외광고물은 민간 차원의 '제주어 보전' 노력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의미 있습니다.

제주연구원 오승훈 전문연구원의 '옥외광고물 상호의 제주어 활용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기준 옥외광고물 상호에 제주어를 활용한 업소가 제주 전역에 456곳(제주시 262·서귀포시 194)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식생활 관련 업종 업소 355곳, 주생활 관련 업종 업소 79곳, 의생활 관련 업종의 업소 22곳 순이었습니다.

최근 제주어 보전을 위해 행정이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주시는 제주 문화의 숨결이 담긴 제주어를 활용한 문양디자인을 개발해 명함, 가로등, 간판, 우산, 시장가방 등 실용품에 적용했습니다.

느영나영(너하고 나하고), 오멍가멍(오가며) 등 시민이 좋아하고 널리 알려진 제주어를 선별해 이를 활용한 문양디자인을 선보여 제주어 보전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소멸위기 제주어 활용 과제 산적

많은 제주어 간판이 사용되고 있지만, 잘못 쓰이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제주연구원의 조사에서 제주어를 활용한 상호 456곳 중 87곳(19.1%)에서 표기 오류가 발견됐습니다.

제주도가 2010년 신고·허가받은 간판을 대상으로 조사할 당시에는 10개 중 4개꼴인 43.3%가 잘못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폭낭'(팽나무)을 '퐁낭'으로 표기하는 사례처럼 소리 나는 대로 사용하다가 잘못 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아래아와 쌍아래아 표기를 잘못해 벌어집니다.

'모두'란 뜻의 'ㅁ+ㆍ+ㄴ+딱'을 '몬딱'으로, '어서 오세요'란 의미인 'ㅎ+ㆍ+저 옵서예'를 '혼저 옵서예'로, '야무지게'란 뜻의 'ㅇ+‥+망지게'를 '요망지게'로 잘못 표기했습니다.

반대로 'ㅇ+ㆍ+ㄹ레촌'(올레촌이 맞음) 처럼 아래아로 적지 않아도 되는 것을 잘못 적는 경우도 있습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에서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아래아와 쌍아래아 표기를 올바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잘못된 표기를 양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결국 제주어는 2010년 12월에는 유네스코의 '소멸위기의 언어' 5단계 가운데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제주학연구센터 김순자 박사는 "(소멸위기로 인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제주어 간판도 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아래아 또는 쌍아래아를 잘못 사용한 제주어 간판은 오히려 기형의 제주어를 양산하기 때문에 오히려 쓰지 않는 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간판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언어와 문화의 기초자료인 만큼 잘못 쓰이는 제주어는 물론 외래어와 국적불명 언어로 오염된 간판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제주어 연구자들은 올바른 제주어 상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참고자료와 상담 창구를 개설하는 방안,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에서 올바른 제주어 표기를 할 수 있도록 사용환경을 개선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문제없이 제주어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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