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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 높다면 업무상 과실 인정" 굴착기 기사에 금고 8개월

굴착기 작업현장에 있던 사람이 숨진 사고와 관련, 피해자가 붐대(버킷 등을 연결하는 부분)에 맞아 숨진 사실을 확신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정황상 개연성이 높다면 굴착기 기사를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울산지법 형사5단독 정진아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1)씨에게 금고 8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굴착기 기사인 A씨는 2017년 1월 9일 경남 양산에서 B(60대 중반)씨 의뢰를 받아 농지 복토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작업 중 굴착기 궤도가 흙더미에 파묻혀 빠져나올 수 없게 되자, A씨는 다른 굴착기의 도움을 받아 주변 흙을 퍼내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오후 7시 45분쯤 A씨는 B씨와 함께 굴착기 궤도에 낀 흙을 삽으로 빼낸 뒤, 굴착기에 낀 흙을 털어내고자 붐대를 시계 방향으로 3회 정도 고속 회전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붐대에 몸을 부딪쳐 흙더미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결국 흙더미에 매몰돼 압착성 질식으로 숨졌습니다.

A씨는 붐대 회전반경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등 안전하게 붐대를 조작해야 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씨는 재판에서 "B씨가 '붐대를 한 번 돌려보라'고 말한 뒤 흙더미 위로 올라갔고, 신호수를 배치하고 다른 굴착기 조명으로 작업장소를 환하게 비추도록 하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를 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는 붐대를 돌리기 전에 주위 사람들에게 피하라고 말한 사실이 없고, A씨가 신호수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명시적으로 신호수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면서 "다른 굴착기 전조등 불빛은 조광 범위가 좁아서 야간에 굴착기 붐대 회전반경에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확인하기는 부족했을 것이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붐대 회전반경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등 조치를 이행했다고 보이지 않아 안전의무 위반은 인정된다"면서 "붐대를 빠르게 회전한 뒤 B씨가 사라진 것이 명백하고 이후 숨진 채 발견됐는데, B씨 사망에는 붐대를 회전시킨 것 외에는 다른 원인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B씨 사인으로 볼 때 B씨가 붐대에 직접 충격 당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의 여지도 있으나, 시신에서 발생한 다수 외부손상으로 볼 때 B씨를 흙구덩이 안으로 떨어뜨리거나 외부손상을 가할 정도의 충격으로 스쳐 지나갔을 개연성이 높다"면서 "B씨 구체적 사망 경위를 완벽히 확정할 수 없다 할지라도 여러 사실과 정황에 비추어보면 A씨 업무상 과실로 말미암아 B씨가 숨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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