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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날씬·남자는 용감" 성차별 주입하는 어린이 만화

<앵커>

청소나 아이 돌보는 것 같은 가사 노동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가치가 있는 건지 계산한 결과를 통계청이 처음으로 내놨습니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돈을 안 받고 하는 집안일의 가치가 전체 361조 원이었는데 열다섯 살이 넘는 사람 한 명당 1년에 711만 원꼴이었습니다. 특히 여성만 놓고 보면 약 1천77만 원으로 남성 평균과 비교했을 때 세배 이상 더 많았습니다. 맞벌이 가구가 늘고 또 사회 인식이 바뀌면서 이제 남성들도 예전보다 집안일을 더 한다, 이런 말을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가사노동 부담이 훨씬 큰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뉴스 하나 더 전해드리고 가겠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는 애니메이션에 아직도 여자는 어떻고 남자는 어때야 한다는 식의 고정된 성 역할 관념을 심어주는 표현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내용은 김민정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난 너무 뚱뚱해서 더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인기 애니메이션인 뽀로로의 한 장면입니다. 여성 캐릭터를 예쁘고 날씬해지고 싶어 하는 데다 요리를 잘해주는 존재로 그리고 있습니다.

여성을 전통적 관념으로 묘사하는 만화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모임'이 최근 3년간 EBS에서 방영된 만화 시리즈 35개를 분석했습니다.

23개 시리즈에 남녀 성 역할에 관해 고정 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표현과 설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주인공도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습니다.

[설규주/경인교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계속 아이들에게 제공이 되기 때문에 학습이 자연스럽게 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꽤 인기가 있는 4개 시리즈를 놓고 봤더니 연약하기만 한 여성을 남성이 도와주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부부간에도 엄마는 늘 아빠에게 존댓말을 쓰고 육아 역시 엄마 몫으로 표현됩니다.

[설규주/경인교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 양적인 (캐릭터 성비) 불균형이 분명히 있고요. (여성 캐릭터는) 남성을 지원하고 보조하고 돕는 그런 역할(로 그려지고) 단순히 예뻐 보이려고 한다든지.]

엄마들은 아이들이 성 역할에 대해 고정 관념을 갖게 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김신애/서울 마포구 : 저희 딸은 항상 공주 옷을 입으려고 해요. (남자애는) 액션 만화처럼 놀고 여자애들은 서로 화장해주고, 머리 빗겨주고.]

서구에서는 만화에서도 성 평등을 추구할 것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TV 만화에 성 차별적인 묘사를 담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했습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해 남자 주인공 일색인 만화들을 폐지하고 여자 정비사가 주인공인 만화를 새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방송 심의 기준에 성에 따른 외모와 성격, 역할을 획일적으로 조장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것을 어겼다고 제재받은 만화는 아직 없습니다.

(영상편집 : 김병직,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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