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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김정은-폼페이오 면담 불참 까닭…北, 美 반감 고려한 듯

김영철, 김정은-폼페이오 면담 불참 까닭…北, 美 반감 고려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면담에 기존의 주력 채널이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대신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만 배석시켜 주목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8일 공개한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전날 면담 사진을 보면 북측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과 통역관, 미국 측에서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각각 2명이 배석한 모습입니다.

국무부의 헤더 나워트 대변인도 면담 보도자료에서 배석자로 김여정 제1부부장과 비건 대표를 언급했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공식 면담에 불참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의 이전 방북 사례에 비춰봐도 다소 이례적입니다.

올해 들어 시작된 북미대화 국면에서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은 최고 지도자들의 뜻을 전달하고 물밑 돌파구를 마련하는 협상의 핵심축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이전 1∼3차 방북에서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서 양자 협상을 하거나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에 배석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9일 폼페이오 장관이 2차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을 때 북측에서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통역을 제외하고 단독으로 배석했습니다.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 극비리에 이뤄졌던 1차 방북 때는 폼페이오 장관의 신분 자체가 국무장관 인준을 받기 전, 즉 CIA 국장 자격이어서 '정보라인'인 김영철 부위원장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방북을 주선했습니다.

3차 방북 때는 김정은 위원장 면담은 불발됐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카운터파트로서 이틀에 걸쳐 고위급 회담을 했습니다.

앞선 사례를 참작할 때 이번 배석자 변화는 북한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불편하게 여기는 미국의 최근 분위기를 다소 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이 군(軍) 출신 강경파인 김영철 부위원장을 협상 상대로서 마뜩잖게 여긴다는 조짐은 최근 북미 협상이 다소 교착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지난 8월 하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한 차례 무산됐을 당시 외신들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보낸 "기꺼이 무언가를 줄 생각이 없다면 오지 말라"는 투의 '비밀편지'가 취소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공식' 카운터파트이자 직업 외교관 출신인 리용호 외무상으로 협상 상대 교체를 원한다는 관측도 흘러나왔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과 누구보다 가까운 김여정 제1부부장을 김영철 대신 배석시킨 것은 미국의 이런 '반감'을 고려한다는 신호를 통해 북미협상 진전에 적극적 의지를 보여주려 한 것일 수 있습니다.

다만, 면담에 이어 진행된 오찬에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모두 참석했고 리용호 외무상은 면담·오찬 모두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정치적 의지가 여전히 중요하게 작동하는 북미협상의 특성상, 외무성 관료들보다는 노동당 통전부나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 채널'이 아직도 협상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북미가 앞으로 비핵화 프로세스와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 협의를 위해 실무협상을 가동하게 된다면 기술적 차원의 논의를 담당할 외무성 관료들의 참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편,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때는 김 위원장의 영어 통역을 단골로 맡던 남성 통역관 김주성 대신 여성 통역관이 등장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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