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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고발자' 보호는커녕…신원 알려준 근로감독관

<앵커>

내부 고발자는 고발 이후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누군지 알려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그런데 보호는커녕 노동부의 한 공무원이 내부 제보자 신원을 그 직장에 알려줬다는 문건이 발견됐습니다.

정다은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A 씨는 지난해 9월 국회의원 세 명에게 제보 메일을 보냈습니다.

[내부 고발자 : (직장에서) 부당 전보, 임금 체불 이런 문제들을 제가 계속 봐 왔거든요. 근본적으로 개선할 힘을 가진 사람들한테 제보하는 게 좋겠다고….]

A 씨는 병원 안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가 세 차례 징계를 받았지만, 노동위원회에서 모두 징계가 부당하니 취소하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A 씨는 병원에서 문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자신이 국회의원들에게 제보 메일을 보낸 직후인 지난해 10월 병원에서 작성해 관할 노동지청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문건이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A 씨의 제보를 받은 국회의원실이 국정감사를 위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니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병원에 요청한 걸로 돼 있습니다.

근로감독관이 내부 고발자를 직장에 알려준 셈입니다.

[내부 고발자 : 병원한테 제가 국회의원한테 제보한 내용을 그대로 알려주고…깜짝 놀랐죠. 누가 제보했다는 얘기를 유출하면 누구를 믿고 제보를 하겠습니까.]

A 씨가 항의해 해당 노동지청이 조사했지만 어떤 징계도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관할 노동지청 공무원 : 감독관 말로는 '기억이 잘 안 난다'…상당한 기일이 경과가 됐기 때문에 감독관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고.]

공무원이 공익 신고자 신원을 노출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돼 있는데, 신고자 신원이 공개된 경위를 확인해 달라며 2011년부터 권익위에 접수된 37건 가운데 형사처벌이 된 건 단 한 건입니다.

주로 신분 노출의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아섭니다.

[이상희/참여연대 공익제보 지원센터 부소장 : (처벌이 거의 안 되니 조직원들이) 제보(하는 것)에 대해서 계속 경계하고 두려워하고 위축되고 그럴 수밖에 없는 거죠.]

조사 과정에서 기억이 안 났다고 했다는 근로감독관은 취재진에겐 제보자 신원을 병원에 알려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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