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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하부코팅' 발암물질 내뿜는데…뒤집어쓰는 작업자

<앵커>

세차를 해도 잘 닦이지 않는 자동차 아랫부분에 녹이 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이른바 하부코팅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해마다 30만대 가량이 하부 코팅을 한다는데, 일부 제품에서 유해한 발암물질이 나오는 게 확인됐습니다. 특히 작업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돼있습니다.

강민우 기자입니다.

<기자>

이 여성은 10년가량 타온 차를 정비받으러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차량 하부가 심하게 부식돼 정비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차량 하부 부식 피해자 : 카센터에서 못 고쳐준다는 거예요. 왜냐면 거기가 다 부식이 되어서 건드리면 이것 다 바꿔야 하니까.]

여름철 호우와 겨울철 제설용 염화칼슘 등의 영향으로 이런 차체 부식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새 차 구매자의 20% 정도는 이런 부식을 막기 위해 이른바 '하부 코팅'을 합니다. 고무와 플라스틱 합성 물질을 차량 바닥에 뿌리는 겁니다.

하부 코팅에 많이 쓰이는 제품 3개를 골라 성분을 분석해봤더니 두 개 제품에서 벤젠 등 발암물질이 나왔습니다.

[박재범/아주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벤젠은 유기용제의 일종으로 우리 몸에 암을 일으킵니다. 대표적으로 백혈병이 있고요, 국제암연구소에서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차량 하부코팅 작업은 공기 정화 시설을 갖춘 허가 업체에서만 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노상에서 코팅작업을 하는 업체가 적지 않습니다. 대기 중에 발암 물질인 벤젠 등이 방출되는 겁니다.

공기정화시설을 갖춘 허가 업체도 작업에 문제가 있습니다.

한 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도장 시설에서 하부코팅을 같이하는데 천정까지 높이가 2.5미터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차를 바닥에서 3~40센티미터밖에 들어 올리지 못합니다.

그 좁은 공간에 작업자가 기어들어 가 작업하다 보니 발암물질이 든 코팅제를 얼굴에 뒤집어쓸 수밖에 없습니다.

시설 내부에서 차량을 최대한 들어 올린 상황입니다. 얼핏 봐도 차 밑에서 작업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공간입니다.

[권희섭/자동차공업소 도장반장 : (하부 코팅제) 칠하는데 효율성도 떨어지고, 칠하는 여건이 사람 얼굴에도 튀고 그래서 불가능하다고 봐요.]

하부 코팅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코팅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겁니다.

작업장 규격 등 세밀한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시설 밖에서 작업해 대기 중에 발암물질을 뿜어내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하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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