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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미 미합의' DMZ 평화지대화…유엔사의 선택은

[취재파일] '북미 미합의' DMZ 평화지대화…유엔사의 선택은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에이브럼스 미 육군 대장의 몇 마디 발언을 놓고 진영 간에 해석(解釋)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에이브럼스 대장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비무장지대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사 관할"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듣고 보니 GP의 시범 철수, 공동경비구역 JSA의 비무장화, 6.25 전사자 남북 공동 발굴, 그리고 DMZ 비행금지 모두 유엔사가 동의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친 겁니다.

현 정전체제 하에서 원칙적으로 따지면 DMZ는 유엔사 관할이니 DMZ 평화지대화와 DMZ 비행금지는 남북이 아니라 북한과 유엔사, 사실상 북미가 합의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남북만 합의했습니다. 유엔사, 즉 미국이 억지를 부리면 파토입니다. 게다가 새롭게 주한미군과 유엔군을 지휘할 미 육군 대장이 DMZ의 유엔사 관할권에 방점을 찍는 듯한 발언을 했으니 논란이 생길 만 합니다.

하지만 미국을 건너뛰고 남북이 먼저 합의한 뒤 미국이 추인한 DMZ 사업의 선례가 있습니다. 개성-문산 간 도로, 동해선 육로 건설입니다. DMZ 평화지대화도 DMZ에 길을 냈을 때처럼 순탄하게 진행될 수도 있고, 유엔사가 어깃장을 놓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북미 관계를 봤을 때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데 새로 올 유엔군 사령관의 성향이 좀 걸립니다.

● 두 얼굴(?)의 미군…유엔군과 주한미군

앞서 말한 대로 주한미군 사령관은 유엔군 사령관을 겸직합니다. 그런데 DMZ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을 보는 주한미군과 유엔군의 시각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유엔사는 DMZ의 평화적 관리를 지향합니다. DMZ에서 피 흘리는 일을 막아야 하기에 DMZ 평화지대화에 적극 찬성입니다. 에이브럼스 대장도 차기 유엔군 사령관으로서 평화지대화를 환영해 마땅합니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주 임무는 북한군에 대비해 전쟁을 예방하고, 전쟁시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지명자가 "한미연합훈련 유예는 대북 대비태세를 약화시키고 있다"라고 말한 적도 있는데 주한미군의 시각이 부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한미군 측은 DMZ 평화지대화와 DMZ 비행금지, 동서해 완충수역 등 남북 군사 합의에 대해 "작전 평가를 제대로 하고 북한과 합의했나"라는 질문을 우리 군에 여러 차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군은 "미측과 협의를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에이브럼스 지명자는 성향이 꼬장꼬장한 강경파라고 합니다. 주한미군은 요즘 "현 브룩스 사령관과는 결이 많이 다른, 고지식한 지휘관이 온다" "덕장(德將)은 가고 용장(勇將)이 온다"며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의 정책을 행동으로 구현하는 게 군이고, 그런 민군 관계의 틀이 잘 잡힌 데가 미국입니다. 북한을 비핵화로 이끄는 데 주한미군 사령관의 역할도 큽니다. 미국은 에이브럼스 대장이 적격이라고 판단했다는 건데 첫인상이 참 강렬합니다.

● 개성-문산 도로·동해선 육로 개통 선례 있다
김태훈 기자 취파
주한미군사의 한측 핵심 관계자는 "이번 남북 군사 합의는 개성-문산 간 도로, 동해선 육로 건설 방식으로 유엔사의 추인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원칙적으로야 순서가 바뀌었지만 유엔사가 북한과 추후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정은의 편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보면 유엔사의 추인은 어렵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동해선 육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할 때 열리곤 하는 길입니다. 금강산 관광을 가던 길입니다.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지난 2003년 연결했습니다. 개성-문산 간 도로는 2004년 준공된 개성공단 출입을 위해 놓은 길입니다. 남북이 먼저 합의하고 유엔사와 북한이 추후 협의하고 다시 합의해 닦은 길들입니다.

DMZ를 가로질러 길을 놓았던 식으로 DMZ 평화지대화 사업을 하려면, 유엔사와 북한이 장성급 접촉을 하게 됩니다. 남북은 당장 내일부터 지뢰 제거 같은 기초적인 작업을 하기로 했으니 미국이 추인할 방침이면 곧 유엔사와 북한의 장성급 접촉이 성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미가 합의해서 역사적인 두 길을 개통했고, 남북이 DMZ를 말 그대로 비무장 평화지대로 돌려놓기 위해 뜻을 모았습니다. 미국의 공조만 남았습니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의 DMZ 발언이 단지 일반론적 원칙을 표명한 건지, 남북과 미국의 온도차를 강조한 건지는 유엔사와 북한의 장성급 접촉 성사 여부를 보면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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