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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살충제 달걀' 악몽 재연? 문제없을까

살충제 달걀 파동 재연 조짐? 정부 "진정 국면"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18.09.30 12: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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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살충제 달걀 악몽 재연? 문제없을까
● 벌써 1년, 살충제 달걀 사태

지난해 여름, 유럽발(發) 뉴스 하나가 우리 밥상에 직격탄을 날렸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다량 검출됐다는 소식이었다. 온 유럽을 뒤집어놓은 이 소식이 이역만리 떨어진 한반도로 넘어오는 데 불과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2017년 8월 14일, 경기도 양주의 한 농가에서 생산한 달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다는 정부 발표를 시작으로 '살충제 달걀'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대형 마트는 달걀 판매를 중단했고 식당에서 달걀 반찬이 자취를 감췄다. 주무부처 장관이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고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벌써 1년 전 이맘 때 일이다.

하도 많은 일이 있었던 탓인지 이제는 대중의 기억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듯했던 '살충제 달걀'이 최근 다시 소환됐다. 지난 11일, 강원도 철원의 한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에서 유해물질인 '피프로닐 설폰'이 기준치의 두 배 이상 검출됐기 때문이다. 엿새 뒤인 17일에는 세종시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한 달걀이 나왔다. 일주일 사이 연달아 '살충제 달걀'이 나오면서 '혹시나' 하는 염려가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살충제 달걀 파동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피프로닐 설폰은 살충제인 피프로닐이 닭의 몸에 들어가 대사 과정을 거쳐 생성되는 '대사산물'로, 인체 위해성은 피프로닐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17일 이후 추가 발생 없어…"진정 국면"
살충제 달걀 파문
다행히 17일 이후로 열흘 넘게 추가 사례가 나오지 않으면서 초반 확산은 면한 모양새다. 검사가 계속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최초 발생을 시작으로 기준치 위반 사례가 수십 건씩 줄줄이 이어진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달걀 매출이 급감했던 지난해와 달리, 대중이 느끼는 체감도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한 수준이다.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에 따르면 세종에서 두 번째 기준치 위반 사례가 나왔던 지난 17일 이후 달걀 매출은 오히려 평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수요를 감안하면 매출에 거의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늘었던 셈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부동산 이슈를 비롯한 굵직한 이슈가 많아 '살충제 달걀'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인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해 살충제 달걀 사태 이후 피프로닐 사용이 금지됐기 때문에 발생 사례가 줄어든 게 당연한 구조"라고 말했다. 피프로닐은 지난해 8월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사용이 엄격히 금지됐다. 이후 실제로도 사용이 적발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사실 피프로닐은 그 전에도 쓰면 안 되는 물질이었다. 국제적으로 널리 입증된 독성 탓에 사람과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소, 돼지, 닭 등에는 사용이 엄격히 금지됐다. 다만 그동안 의식의 부재, 또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공공연히 사용돼왔을 뿐이다.

실제로 지난해 피프로닐 및 대사산물 기준치를 위반한 사례는 78건이었던 반면, 올해는 5건에 그쳤다. 9월에 기준치 위반 사례 2건이 보고된 이후 점검이 더 강화됐지만 추가 사례도 나오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정리가 되는 분위기 같다"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 피프로닐 안 쓴다면서…대사산물 왜 나왔나?
살충제 달걀, 피프로닐설폰, 피프로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의문점은 남는다. 무엇보다 궁금한 건 피프로닐 사용이 금지됐는데 대사산물인 피프로닐 설폰이 어떻게 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앞서도 설명했듯 철원과 세종의 달걀에서 기준치를 넘겼다는 '피프로닐 설폰'은 살충제인 피프로닐의 대사산물이다. 피프로닐이 닭의 몸에 들어가 생성되는 물질이란 뜻이다. 피프로닐 없이는, 피프로닐 설폰도 검출될 수 없다. 달걀에서 피프로닐 설폰이 나왔다는 명제가 성립되려면 그 전에 닭이 피프로닐을 섭취했다는 선행 명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태 초기 제기된 그럴듯한 가설 가운데 하나는 '산란계 농가에서 규정을 어기고 피프로닐을 사용했다"는 추정이다. 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논리적으로 가장 쉬운 추론이기 때문이다. 피프로닐이 오래 전부터 금지약물로 지정돼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파동 전까지 널리 쓰였다는 사실도 이런 추론에 힘을 싣는 이유다. 이 때문에 사태 초기 일각에선 당국의 감시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식약처와 농식품부 등 주무부처 관계자들은 이 가설에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기준치 초과 달걀을 생산한 두 농가에서 피프로닐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굳이 피프로닐을 쓸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피프로닐의 가격이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대체 약품에 비해 엄청나게 저렴하거나 효과가 뛰어난 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달걀 파동 때 워낙 크게 홍역을 치른 탓에 '피프로닐' 하면 치를 떠는 농민들이 많아졌다는 게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살충제 달걀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과 이동식 서기관은 "지난해 파동을 겪은 농민들은 피프로닐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라고 표현했다. 단속도 강화되고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데 기를 쓰고 피프로닐을 썼겠냐는 이야기다.

● 과거 살포한 피프로닐 잔류 유력…"모든 가능성 조사"
피프로닐, 살충제 달걀대신 가장 힘을 얻고 있는 가설은 "과거에 뿌려놓은 피프로닐 찌꺼기가 계사(鷄舍) 등에 남아 있다가 닭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는 추론이다. 예전에 뿌려놓은 피프로닐이 없어지지 않고 먹이 등에 묻었고, 이를 섭취한 닭이 피프로닐 설폰이 함유된 달걀을 낳았다는 이야기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 가설이다. 피프로닐은 여러 차례에 걸쳐 닦아내도 쉽게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산란계 농장 피프로닐 (설폰) 제거 권고안을 보면, '계사의 유기물, 먼지 및 계분벨트 분변제거 후 시설물 표면 온도를 최소 20℃ 이상(최적온도 35~40℃) 가온한다. 이후 시설물 표면에 5%로 희석한 소다액을 살포하고 소다액이 젖은 상태에서 15%로 희석한 과산화수소를 살포한 후 1시간 이상 둔다. 이후 계면활성제, 수세의 순으로 세척한다. 같은 과정을 3회 이상 반복할 것을 권장하며, 고농도의 과산화수소 사용으로 작업자 안전 주의와 세척 수 배출시 관리가 요구된다'고 되어 있다. 엄청나게 복잡하다. 심지어 네덜란드에서는 이 같은 과정을 10회 반복하고서야 피프로닐 성분을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주무부처인 식약처와 농식품부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피프로닐을 실제 사용했을 가능성과 과거 농약이 잔류했을 가능성, 또 그 밖에 모든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농가에 대한 6회 연속 검사 등 점검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다른 농가와 출하된 달걀 등 생산 및 유통단계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악몽 같았던 지난해의 과오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게 당국의 강한 의지다.

● 허둥댔던 1년 전…과오 되풀이 말아야

불과 두 건의 사례만으로 이런저런 염려가 나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년 전 사상 초유의 달걀 파동을 둘러싼 정부 대응은 사실상 낙제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무부처 수장인 류영진 식약처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달걀과 닭고기에선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부임 한 달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또 다른 고위 간부는 "피프로닐 달걀 하루 2.6개씩 먹어도 괜찮다"고 섣부르게 발표했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당국은 "검사할 테니 달걀 준비해두라"는 조사 방식으로 '졸속 검사'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러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사산물, '피프로닐 설폰'의 위험성을 축소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피프로닐 수치를 산출하면서 피프로닐만 포함하고 대사산물인 피프로닐 설폰 수치는 빼고 계산했던 사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자 식약처는 당시 일본의 방식을 따랐다고 했지만 사태 이전 이미 일본은 피프로닐 설폰을 합쳐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져 거짓 해명 논란을 불렀다. 한술 더 떠 피프로닐 설폰의 독성이 낮다고 해명했다가 학계의 거센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 [취재파일] "안전하다"던 살충제 달걀 검사…반쪽짜리였다

당시 여론이 악화됐던 건 허술한 대처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부 당국의 이러한 '태도' 때문이기도 했다.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 방법과 재발 방지책을 내놓기보다 책임을 회피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했는가 하면, 사태를 축소시키려는 태도까지 보였던 건 문제였다. 가뜩이나 먹거리 문제에 민감한 국민의 불신만 불러 일으켰다. 언제나 그렇지만 문제 해결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건 정부 당국의 솔직하고 투명한 조처와 자세다.

추가 발생이 이어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계사에 남은 피프로닐이 문제가 됐다면 다른 농장도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제대로 된 단속과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심어린 시선도 있다. 중요한 건 결국 투명하고 조속한 대처로 확산을 막는 것이다. '살충제 달걀' 파동이 되풀이되면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일반 국민들과 닭을 키우는 농민들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해 이 문제를 취재하면서 국정감사에서 나온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한다"는 한 국회의원의 발언을 인용한 바 있다. 외양간 제대로 고쳤는지, 당국의 대처가 불과 1년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