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온난화로 왕성해지는 해충의 식욕과 번식력…식량안보 위협한다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9.25 16:40 수정 2018.09.25 16: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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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인류는 잡초, 그리고 해충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잡초와 해충과의 전쟁에서 들이는 품은 줄이면서도 곡물 생산량은 최대로 늘리기 위해 온갖 제초제가 나왔고 각종 살충제와 살균제가 등장했다. 병충해에 강한 품종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잡초와 병충해뿐 아니라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도 문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과 미국, 프랑스, 스페인, 필리핀, 독일, 벨기에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금까지 발표된 논문 70여 편을 종합 분석해 지구 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밀 생산량은 평균 6.0%, 쌀 생산량은 3.2%, 옥수수 생산량은 7.4%, 콩 생산량은 3.1%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Zhao et al., 2017).
 
그렇다면 온난화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질 때 해충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까? 아니면 더 줄어들까? 해충이 곡물을 먹어치우는 양은 어떻게 변할까? 혹시 해충이 창궐하면서 식량 안보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미국 워싱턴 대학교와 콜로라도 대학교, 버몬트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할 경우 해충의 개체 수는 어떻게 달라지고 해충의 대사율이 어떻게 변하는 지, 이런 해충 활동의 변화가 주요 곡물의 수확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조사했다(Deutsch et al., 2018).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38종의 해충을 대상으로 실험실과 야생에서 실험한 기온 상승에 따른 해충의 대사율과 번식률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앞으로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기온이 상승할 경우 해충의 대사율과 번식률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산출했다. 또 해충 활동의 변화가 지구촌 각 지역의 밀과 옥수수, 쌀 생산량 손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분석했다.
 
해충은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로,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도 올라가게 된다. 특히 체온이 올라간다는 것은 산소 소비량이 증가하고 에너지 요구량이 늘어나는 등 신진대사율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해충은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먹이를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기온이 올라갈수록 해충이 보다 많은 것을 먹어치우게 되고 결국 곡물 수확량 손실은 늘어나고 생산량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실제로 지금까지의 실험실과 야생 실험에서, 기온이 올라갈수록 해충의 대사율이 높아지면서 식욕이 급증하고 번식력도 왕성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각 지역의 기온이 현재의 열대지방 기온과 비슷해질 때 까지는 신진 대사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번식률도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갈수록 해충의 대사율과 번식률이 더욱더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해충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 세계 쌀과 옥수수, 밀의 수확량 손실이 10~25%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해충으로 인한 주요 곡물의 수확량 손실이 5에서 최고 2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해충이 더 많은 곡물을 먹어 치워 곡물 수확량 손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뜻이다.
 
만약 21세기 말 지구 평균 기온이 파리기후변화협정의 1차 목표인 2℃ 상승할 경우 전 세계 밀과 쌀, 옥수수 생산은 지역에 따라 적게는 20% 안팎에서 많게는 50% 이상 수확량 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실제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2℃가 올라갈 경우 쌀의 수확량 손실은 59%나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아래 그림 참조).
<그림> 기온 2℃ 상승 시 국가별·지역별 곡물 수확량 손실 증가(자료:Deutsch et al., 2018) 
기온 2℃ 상승 시 해충으로 인해 감소하는 주요 곡물의 양은 2억 1,300만 톤이나 될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연구팀은 특히 서부 유럽과 중국, 미국 등 중위도 곡창지대에서 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중위도 지역은 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해충의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나고 해충의 대사율 또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8억 명 정도가 만성적으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UN 식량기구(FAO)는 현재 전 세계 인구 76억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약 40억 명이 쌀과 옥수수, 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들은 필요한 에너지의 3분의 2를 쌀과 옥수수, 밀 같은 주곡에서 얻고 있다. 결국 온난화로 해충이 창궐하면서 주곡의 수확량 손실이 급증하고 생산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인류가 섭취하는 에너지가 급격하게 줄고 기아 인구 또한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해 인류는 해충에 강한 작물을 개발하고 살충제를 보다 많이 사용하고 해충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농법도 활용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어떤 시나리오를 따라 진행하든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인류와 해충과의 싸움에서의 승자는 인류가 아니라 해충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지구온난화가 인류 자신의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참고문헌>
 
* Zhao, C., Liu, B., Piao, S., Wang, X., Lobell, D., Huang, Y., Huang, M., Yao, Y., Bassu, S., Ciais, P., Durand, J-L., Elliott, L., Ewert, F., Janssens, I., Li, T., Lin, E., Liu, Q., Martre, P., Müller, C., Peng, S., Peñuelas, J., Ruane, A., Wallach, D., Wang, T., Wu, D., Liu, Z., Zhu, Y., Zhu, Z., Asseng, S. 2017. Temperature increase reduces global yields of major crops in four independent estimat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 Curtis A. Deutsch, Joshua J. Tewksbury, Michelle Tigchelaar, David S. Battisti, Scott C. Merrill, Raymond B. Huey, Rosamond L. Naylor. .,2018DOI:10.1126/science.aat3466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