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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다람쥐가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이유는?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9.24 10:36 수정 2018.09.24 13: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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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대구가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인삼하면 금산, 감귤이라는 말을 들으면 공식처럼 제주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식이 깨진 지 이미 오래다.

사과 재배적지는 이제 대구나 영천이 아니라 강원도 정선이나 영월, 양구다. 감귤 재배적지는 제주에서 전남 고흥이나 경남 거제로, 인삼 재배적지는 경기도 이천과 연천, 강원도 횡성과 홍천까지 북상했다. 하우스 재배지만 한라봉은 충북 충주에서도 재배하고 있고 경남 산청에서는 바나나 재배가 한창이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농작물 주산지가 점점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온난화로 인한 농작물 주산지 변화(자료:통계청 1970~2015년 농림어업총조사)
동물이나 식물의 서식지는 전적으로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온이나 강수량 같은 기후다. 일반적으로 기후는 위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할수록 동물과 식물의 서식지 또한 보다 선선한 고위도 지역으로 그리고 산에서는 보다 더 높은 곳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지금까지 동물과 식물의 서식지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까? 산에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은 지금까지 산 정상을 향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올라갔을까?

캐나다 연구팀이 전 세계 32개 산 정상 부근에 서식하는 975종의 식물과 항온동물, 변온동물의 서식지가 기온 변화에 따라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Freeman et al., 2018). 기온이 상승하면 서식지의 고도는 점점 올라가게 되는데 연구팀은 서식지 가운데 고도가 가장 낮은 곳(warm limit, 온난한계), 그리고 서식지 가운데 고도가 가장 높은 곳(cold limit, 한랭한계)이 어떻게 달라졌고 서식지 크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1802년부터 2012년까지 기온 변화와 서식지 이동 관련 23개 연구보고서 자료를 종합 분석했다.

분석결과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한랭한계나 온난한계 모두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산 아래쪽에 있는 동·식물의 온난한계는 기온이 1도 상승함에 따라 92m씩 높아지고 산 위쪽에 있는 한랭한계는 131m씩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도변화에 따라 한랭한계가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지금까지 학설과는 달리 온도 변화가 온난한계나 한랭한계에 미치는 영향에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는 기온이 올라갈수록 온난한계나 한랭한계 모두 고도가 높아지면서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영역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데 있다. 서식지가 감소하면 동·식물의 개체 수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동·식물이 보다 선선한 곳을 찾아 점점 산 정상 쪽으로 올라가다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때는 바로 멸종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 네바다 주 루비산맥에 사는 땅 다람쥐(pocket gopher)는 기온이 1.1℃ 상승한 지난 80년 동안 서식지가 7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에 맞춰 산 정상 쪽으로 조금씩 올라가다 보니 서식지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미국 네바다 주 루비산맥에 사는 땅 다람쥐(자료: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히말라야 산맥에 서식하는 들꽃(alpine meadow flower)은 기온이 2.2℃나 상승한 지난 150년 동안 서식지가 산 정상 쪽으로 600m나 올라갔고 서식지 면적도 2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피레네 산맥에 사는 한 나비는(mountain burnet butterfly) 지난 50년 동안 기온이 1℃ 올라가면서 서식지가 산 정상 쪽으로 430m나 올라갔고 서식지는 7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동·식물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선선한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스로 서식지를 옮길 수 없다거나 더 이상 높이 올라갈 산도 없다면 그 동물이나 식물은 올라가는 기온을 견디지 못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반도 지역의 기온 상승 속도는 전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다. 우리나라 산악지역에 사는 동·식물의 서식지가 전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감소할 수 있고 보다 일찍 멸종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지난 1880년부터 2012년까지 133년 동안 전 지구 평균 기온은 0.85℃ 상승했다. 한반도는 기온이 더욱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가 1911년부터 2010년까지 100년 동안 1.88℃나 상승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RCP8.5) 21세기 후반기 우리나라는 5.3℃나 상승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볼 때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산 정상에서 500m 이내에 살고 있는 동·식물은 서식지를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점점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동·식물, 앞으로는 동물이나 식물뿐 아니라 사람도 점점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지난여름 대관령에는 단 하루의 폭염(최고기온 33℃ 이상)이나 열대야(최저기온 25℃ 이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참고문헌>
* Benjamin G. Freeman, Julie A. Lee-Yaw, Jennifer M. Sunday, Anna L. Hargreaves, Expanding, shifting and shrinking: The impact of global warming on species' elevational distributions, Global Ecology and Biogeography, 2018;DOI:10.1111/geb.12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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