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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한국인은 건드려도 뒤탈이 없다"…필리핀 한인 피살 사건

하륭 기자 ryung@sbs.co.kr

작성 2018.09.21 17:37 수정 2018.09.21 17: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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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이 모 씨가 필리핀 세부의 한 모텔에서 피살됐다. 피해자는 머리, 가슴, 손 등에 8발의 총상을 입고 현장에서 숨졌다. 부모에게 취업을 한다며 필리핀에 간 이 청년은 왜 주검이 되었을까?

사실, 필자는 사건 당일까지 세부에 휴가차 머물렀다. 세부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로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아름다운 자연과 수상스포츠, 스파와 마사지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물가도 저렴해 쇼핑을 즐기거나 현지 시장을 둘러보기 좋다. 여행객으로서 둘러보는 세부는 어디나 밝고 화려한 기운이 넘치는 공간으로 기억한다.

나흘 만에 출장으로 다시 찾은 세부는 굉장히 낯설었다. 휴가 때,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은 세부시티의 대표적인 쇼핑 명소인 SM몰이었다. 화려한 분위기의 이 쇼핑몰과 사건 장소는 불과 1.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사건 장소는 관광객들이 다니기에는 으슥하고 후미졌다. 거리에 불빛이 거의 없고, CCTV 역시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이 씨의 동선은 필리핀 관광지와는 구분되어 있었다. 필리핀 세부에 주재하는 심성원 코리안 데스크는 취재진이 단독으로 그 위험한 현장을 갔다는 사실에 놀랐다.

"현장에 나갔을 때 '아, 잘못하면 또 미제 사건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제가 그 동네, 그 모텔을 한 번 검거를 위해서 가본 곳이고, 어느 동네인지 알기 때문에 소리 없이 그냥 쏘고 가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동네거든요. 빈민가? 슬럼 비슷한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거리엔 삼삼오오 모여 있는 필리핀인들이 꽤 보였다. 몰려다니는 오토바이 소음은 이방인을 한층 더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사건 목격자가 "피의자가 범행 후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고 말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필리핀 청부살인의 경우 오토바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근처 경비원은 그날 저녁 총소리를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무릎 꿇고 빌었어요. 미안하다고. 자기 죽이지 말라고. 근데 그 총을 든 사람은 그냥 쏴 죽였어요. 총알이 연속으로 나갔어요. 범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갔어요."

이 씨가 묵었던 모텔은 사건 이후에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1박에 660페소(한화 약 13,000원)로 저렴한 숙소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모텔 직원이 다가온다. 이 직원은 이 모 씨를 비교적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모 씨는 필리핀 여성과 함께 왔고, 방은 따로 얻었다고 말했다. 그가 묵었던 곳은 1층 스위트룸. 모텔은 두 동의 건물이 마주 보고 있는데, 이 씨는 맞은편 건물 2층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는 왜 그 건물로 갔을까? 사건 당일 출동했던 경찰관은 이 씨와 함께 왔던 여성의 지인이 그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17일 만에 필리핀 경찰은 35세 필리핀인 '카사도' 씨를 검거했다. 그는 이미 다른 사건으로 수배 중이었으며 이 씨와 면식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당시 마약 구매 영수증이 주변에서 발견되었다. 현지 언론은 마약 관련 살인으로 초점을 잡아왔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피의자는 이 씨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례적으로 피의자가 일찍 검거되었지만, 사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남았다. 필리핀에선 중범죄의 경우에 1심이 최장 20년까지 진행되기도 한다. 또한, 필리핀 사법 시스템의 특성상 피해자나 관련 당사자가 법정에 나와서 진술을 계속 안 하게 되면 사건이 기각돼버리는 경우가 많다. 본편에 나오는 고(故) 지익주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현지 재판에서 증인으로 최 씨(고 지익주 부인)를 언제 부를지 모르기 때문에 필리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남편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예정이 없다.

피의자는 보석을 신청할 수 있다. 사형, 무기징역, 종신형에 처하는 범죄가 아닌 한 자유재량으로 허가할 수 있으며, 최종 판결 전까지 모든 절차에서 유효하다. 자유를 얻은 피의자와 끝나지 않는 재판. 결국, 필리핀에서 사건을 당하는 피해자들은 대사관의 외교적 노력 없이 피해를 보상받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필리핀에서 일어난 한인 피살 사건은 42건. 이 가운데 살해범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는 단 4건, 전체 한인 피살 사건의 10%도 안 된다. 필리핀 앙헬레스 지역의 조현묵 목사는 이렇게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필리핀 전체적 분위기가 한국인은 이곳 말로 '마사라비야', 즉 한국인은 '맛있다. 건드려도 뒤탈이 없다. 그게 문제인 것이죠."

(영상취재 : 하 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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