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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강제징용 피해자의 아픔을 부당거래한 박근혜 정부

'그알' 강제징용 피해자의 아픔을 부당거래한 박근혜 정부
사진 속에 담긴 진실은 비극이었다.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화태(樺太)에서 온 편지-국가는 왜 날 버렸나?'라는 부제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들에 대해 재조명했다.

김복곤 씨는 버지가 남긴 사진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의 아버지가 남긴 사진 속에는 19명의 남자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함께 남겨진 '결의분첩'이라는 제목의 명부에는 19명의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등이 남겨져 있었다.

세간살이가 별로 없는 방에 걸린 한반도가 강조된 세계 지도. 그리고 그 앞에 정장차림으로 선 19명의 남자들의 모습은 이 사진이 절대 평범할 리 없다는 것을 추측케 했다. 또한 남화태도 라는 낯선 지명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제작진들은 사진 속 인물들의 정체를 찾아 나섰다. 그 중 '김오남'이라는 남자의 딸을 찾았다. 김오남 씨의 딸은 아버지에 대해 "우리 아버지 옛날에 어디 갔어"라고 말했다.

사진을 받아 든 김오남 씨의 딸은 아버지를 금방 찾지 못했다. 딸은 "아버지 얼굴도 못봤다. 나를 배 속에 두고 징용을 가버렸다. 이 안에 우리 아버지가 있다고? 김오남씨, 우리 아버지. 이름은 안 잊어버려"라고 말하며 한참을 사진을 들여다봤다. 그 후 김오남 씨의 딸은 "나는 아버지 부를 사람도 없으니 너무 외로웠다"고 서럽게 울었다.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을 강제징용한 일본. 결의분첩 속 사람들이 강제징용된 이들이라면 기록에서 확인되어야 할 것. 하지만 결의분첩 속 19명의 이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남화태도는 남사할린. 결의분첩 속 이들은 사할린에 남겨진 강제징용자로 추측됐다. 이에 제작진들은 사할린을 찾았다. 그 곳에서는 한국인들의 묘가 상당수 남아 있었고 그 중 결의분첩 명부 속 남자들도 몇 명 찾을 수 있었다. 2차 대전 패망 이후 일본인들은 자국민만 태우고 돌아갔다. 일본에 의해 끌려 왔지만 고국에 돌아가지 못했던 것.

그리고 제작진은 제보 사진과 똑같은 사진을 간직한 조오용 씨의 아들을 만났다. 그는 "아버지가 사할린에서 1941년도에 탄광에서 일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자신의 아버지와 더불어 어러명이 의형제처럼 지냈다고 기억했다.

그는 "1966년에 한국에 가겠다고 아버지들이 신청을 했다. 우리 아버지뿐만 아니라 모든 아버지들 다 한국에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돌아가지 못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가고 싶어 했던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것이 너무 서글프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가 남긴 사진이 강제징용자들의 기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김복곤 씨. 그는 "아버지 계실 때는 안 물어봤다. 몰랐으니까. 아버지가 라디오를 들으면서 한국 가족들이 생각난다면서 남몰래 울었다"며 서럽게 울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일본 정부만큼이나 우리 국민들을 괴롭혔던 전범 기업들. 그들은 여전히 부끄러움도 사죄도 모르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2년 5월 24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패소 판결을 깨고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파기 환송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파기 환송된 재판은 고등법원에서의 승소 이후 2013년 다시 대법원으로 재상고 되었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법원에서는 최종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는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충격을 안기고 있다.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의 시간, 그 잘못을 책임지라는 재판을 대법원과 청와대는 부당 거래 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 대법원은 강제징용 재상고심에 대한 첫 심리를 시작했다.

이에 제작진은 사법부에 "제발 지금이라도 서둘러 공정한 결론을 내려주기를, 또한 징용에서 행방불명된 이들의 소재를 하루 빨리 파악해줄 것" 을 부탁했다. 또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해 더 늦기 전에 국가야 나서야 한다. 당시 귀국선을 기다리며 언덕에서 며칠을 보냈던 우리 동포들. 정의와 외교라는 이름의 귀국선을 지금이라도 보내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사할린 강제징용 이산가족인 아버지를 찾기 위해 사할린까지 방문했지만 아버지의 흔적을 찾지 못하는 정태랑 씨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SBS funE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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