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친서도 비슷한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데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열병식이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복무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만합니다.
그런데 그제(11일) 이색적인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열병식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전에 없던 영상 모자이크를 해놨습니다. 북한군은 전차, 자주포, 장갑차 앞에 흰색 페인트로 대미 적대 구호를 적는데 조선중앙통신이 너무도 티 나게 구호를 보이지 않도록 가린 것입니다.
모자이크 처리된 자리에 있던 문구는 "조선 인민의 철천지 원쑤인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라!"입니다. 미국과 협상하는 와중에, 또 정상회담도 추진하면서 '철천지 원쑤 침략자'라며 '소멸하자'고 부추기면 미국은 기분 나쁠 일입니다. 그래서 가렸겠지요.
조선중앙통신 인터넷 동영상은 북한 밖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의 열병식 녹화방송분에서 조선중앙통신처럼 노골적인 모자이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의 대미 적대 구호 모자이크 처리는 순전히 미국을 향한 메시지입니다.
북한은 9·9절 열병식을 통해 대미 유화 제스처를 보이면서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체제를 다지는 데에 성공했다는 평가입니다. 신종우 분석관은 "비록 ICBM은 안나왔지만 김정은은 시진핑의 특사와 함께 북중 우의를 과시했다"며 "무엇보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도 어쨌든 열병식을 강행함으로써 외세에 굴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주민들에게 심어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다시 대화 국면입니다. 남북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손에 잡힐 듯합니다. 지금까지 북미 접촉은 예외 없이 푸에블로호 나포, 북핵 위기 같은 특대형 위기 끝에 성사됐습니다. 미국은 평소에 북한으로부터 얻을 게 없으니 북한과 접촉할 일이 없지만 위기가 최대치로 고조되면 북한과 마주 앉습니다.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도 과거와 같은 위기의 공식이 적용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미 정상이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다시 마주 앉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북미간 협상 교착외에 별다른 위기 징후가 없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백악관 내부 폭로로 곤경에 처한 상황입니다. 북미 간 주고받기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용 보다는 미국 국내 정치 돌파용으로 활용되는게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