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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 연말, 기상 이변 주범 '엘니뇨' 온다…WMO, 발생 가능성 70%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9.13 10: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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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폭염과 열대야,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태풍까지 지났지만 아직도 한구석에는 여름철 기운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어제(12일)부터 제주도에는 호우경보까지 내려진 가운데 곳곳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열대 태평양이 심상치 않다.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8월 12일~18일) 열대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Nino 3.4 : 남위 5도~북위 5도, 서경 170~120도)의 해수면 온도는 27.3℃로 평년보다 0.5℃ 높은 상태다.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달이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본다.
해수면 온도 현황(8월 12일~18일, 자료:기상청)세계기상기구 WMO는 최근 올 연말까지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70%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현재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열대 태평양의 바닷물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더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기상기구는 바닷물의 온도가 평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은 30%, 바닷물의 온도가 평년보다 떨어져 라니냐가 발달할 가능성은 0%라고 발표했다(자료:WMO).

세계기상기구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기상청과 기상 관련 연구소도 올 연말까지는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는 열대 태평양의 바닷물은 오는 겨울을 지나 내년 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나 각국의 기상청은 그러나 이번 엘니뇨가 지난 1972-73년과 1982~83년, 1997~98년처럼 슈퍼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오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열대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0.6℃~1.2℃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약한 엘니뇨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각국의 기상청과 연구소도 이번 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열대 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0.5℃~1.5℃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엘니뇨(해수면 온도 편차) 예측 결과(자료:기상청)하지만 약한 엘니뇨가 예상된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보통 라면 1개를 요리할 때 500~550cc 정도의 물을 끓인다. 물을 끓는점인 100℃까지 올리기 위해 뜨거운 불을 켜는 것이다. 만약 라면 물을 1개 끓일 때의 100배인 50~55리터로 늘인다면 1개를 끓일 때 사용한 열로는 물의 온도를 1도 정도 밖에 올리지 못한다.

열대 태평양에 있는 물의 양은 라면 끓일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양이다. 이 엄청난 양의 물의 온도를 1도 올리는데 얼마나 많은 열이 필요할까? 열대 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1℃ 정도 높아진다는 것은 평년과 달리 열대 태평양에 계산하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열이 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년과 달리 어마어마하게 많이 쌓인 열은 태평양 상공에 있는 공기를 가열하고 공기의 흐름도 바꾸게 되는데 이 같은 현상이 열대 태평양에서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나타나는 이유다.

우선 우리나라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초겨울인 12월에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초겨울이 평년과 달리 상대적으로 포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자료:기상청, 2016 엘니뇨 백서).

겨울철 강수 또한 엘니뇨와 큰 상관관계가 보이고 있다. 특히 초겨울 강수는 엘니뇨와의 상관관계가 0.6 이상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초겨울 비나 눈은 엘니뇨가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11월~12월, 특히 12월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강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늦가을인 11월에 비가 많이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초겨울인 12월에도 비가 많이 내리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폭설이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질 경우 여러 가지 영향이 나타날 수 있지만 난방비나 전기료 걱정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비가 많이 내릴 경우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부족한 강수량을 조금이라도 메꿀 수는 있겠지만 늦은 가을걷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11월~12월에 자주 내리는 비는 곶감 농가에는 공포,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제대로 건조가 되지 않을뿐더러 곰팡이까지 피면서 1년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대 태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지만 열대 태평양 주변 국가에 엘니뇨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바닷물이 뜨거워지고 용승류가 약해지면서 칠레 주변 동태평양의 황금 어장이 황폐화될 수 있다. 칠레와 칠레 주변 어장에서 고기를 잡은 많은 나라의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미와 북미, 아프리카 등에서도 기록적인 가뭄과 홍수, 한파 또는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엘니뇨가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여름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지구촌이 기상 이변으로 또 한 차례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구촌 곳곳의 기상 이변은 곡물 생산 차질이나 가격 상승, 수급 불안 등 세계 경제에 커다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식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는 국가에서는 사회적 불안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엘니뇨는 한반도에 겨울철 고온 현상과 강수량 증가를 부를 수 있지만 엘니뇨를 단순히 이상 고온이나 비가 잦아지는 정도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엘니뇨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변동 가능성과 관련 국가의 사회적 불안 증폭 등 보다 넓은 차원에서 선제적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 기상청, 2016 엘니뇨 백서
* WMO, El Nino/La NIna Update(September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