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 싱가포르 오찬서 '접시 깨끗이 비웠다'

"식사 후 돌아온 접시가 핥은 듯 깨끗하게 비워진 걸 보고 요리팀 스태프 전원이 '성공'을 축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첫 싱가포르 정상회담(6.12 정상회담) 당시 오찬 요리를 담당했던 셰프가 11일 아사히 신문 인터뷰에서 털어 놓은 말입니다.

오찬 메뉴를 정하고 요리를 주도한 건 회담 무대였던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의 데이비드 세니어(47) 요리장이었습니다.

프랑스 출신으로 리츠 칼튼 오사카 등 일본에서 12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셰프입니다.

카펠라호텔은 미국 가수 마돈나와 레이디가가 등도 숙박한 최고급 호텔입니다.

그에게 '유명인의 식사를 담당하는게' 드문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오찬을 하기로 결정된 건 회담일 불과 1주일 전이었습니다.

요리로 두 정상을 만족시킬 자신은 있었지만 서둘러 인터넷에서 두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검색해 메뉴 후보를 양국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양식과 북한요리, 싱가포르 요리 등 3가지를 준비하고 각자 좋아하는 코스를 주문하도록 했습니다.

회담 전날 양국 모두 양식으로 하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세니어 요리장은 "서로 상대국 요리를 선택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서로 조정해) 같은 음식을 먹는 방식으로 일체감을 우선하기로 했는지도 모른다"고 추측했습니다.

전채는 아보카도 사라다를 곁들인 새우 칵테일, 메인 요리는 호주산 쇠고기였습니다.

스테이크는 익힌 정도를 놓고 대화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어 약한 불로 익힌 콩피(confit)로 해서 감자그라탕을 곁들였습니다.

디저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체리소스를 친 '하겐다스' 아이스크림 등 3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요리가 주역이 아닌 만큼 회당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시중드는 역할을 하도록" 배려해 단순한 메뉴로 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식재료를 가져오는게 아니냐" 는 소문도 있었지만 식자재는 모두 호텔 측이 준비했습니다.

다만 조리 중 경비담당자가 주방에 입회해 양국이 지정한 안전기준을 지키는지 확인했다고 합니다.

회담이 끝난 후 주방으로 돌아온 양 정상의 접시는 "마치 핥은 것 처럼 깨끗하게 다 먹은 상태"였습니다.

이를 확인하고 스태프 전원이 '성공'을 서로 축하했습니다.

세니어 요리장은 "공복 보다는 맛있는 걸 먹으면서 하는 편이 협상이 잘 된다"면서 "혹시 내 요리가 세계평화에 기여했다면 이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펠라호텔은 북미정상회담 후 관광객이 찾는 새로운 명소가 됐습니다.

호텔 측은 북미정상이 먹은 코스를 메뉴에 추가할지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