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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류를 기후변화 재앙에서 구할 수 있는 데드라인은 언제?

[취재파일] 인류를 기후변화 재앙에서 구할 수 있는 데드라인은 언제?
지난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전 세계 195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다. 총회에서 회원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서 21세기 말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한다는데 합의했다. 특히 가능하면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데 합의했다. 이른바 '파리기후변화협정'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하고자 하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지구 평균 기온이 2℃ 이상 올라갈 경우 지구촌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한파, 슈퍼 태풍 등 각종 재앙이 크게 늘어나 지구생태계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이회성 의장도 어제(10일) 기상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도 정도 올랐는데 바다 산성화 정도와 북극 얼음의 양, 산호초 건강 등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1도 이상 더 올라 2도 정도 상승하게 되면 전 지구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인류가 현재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를 아무리 늦어도 몇 년도부터는 급격하고 확실하게 줄여야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합의한 2℃ 또는 1.5℃ 목표를 지킬 수 있을까? 혹시 이미 목표를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온실가스를 너무 많이 배출한 것은 아닐까? 인류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정도와 각종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고려할 때 인류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아무리 노력해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지킬 수 없는 시점, 이미 너무 늦어 돌이킬 수 없는 시점(the point of no return), 데드라인(deadline)은 언제쯤이 될까?

영국과 네덜란드 연구팀이 인류가 아무리 늦어도 몇 년도까지 온실가스를 확실하게 줄이는 행동을 취해야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합의한 2℃ 또는 1.5℃ 목표를 지킬 수 있을지 분석했다(Aengenheyster et al., 2018). 인류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지킬 수 없게 되는 시점 즉 데드라인을 산출한 것이다. 연구팀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접합대순환모델(CMIP5)의 시나리오별 기후 예측자료와 전체 에너지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의 변화, 온실가스 포집 시나리오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했다.

분석결과 전체 에너지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매년 2%씩 늘리는 정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완만하게 줄일 경우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폭을 2℃ 이내로 묶어둘 수 있는 데드라인은 2035년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5년 이전에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특단의 대책을 별도로 내놓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경우 지구 기온 상승폭을 2℃ 이내로 묶어두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줄일 경우 2035년이 넘어서면 인류가 그 어떤 방안을 강구하더라도 지구온난화와의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소극적으로 펼 경우 인류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묶어 놓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매년 2% 정도씩 늘리는 수준으로는 몇 년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하게 줄이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행동으로 옮겨야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묶어 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완만한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시행할 경우 1.5℃ 목표는 이미 데드라인을 통과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보다 강력한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써서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매년 5%씩 늘릴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보다 빠르게 줄어들면서 데드라인은 좀 더 늦춰질 것으로 분석됐다. 적극적인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펼 경우 인류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2℃ 이내로 묶어 놓을 수 있는 데드라인은 2035년에서 2042년까지 연기되고 1.5℃ 이내로 묶을 수 있는 데드라인도 지금 당장에서 2026년까지 늦춰질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또 배출된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포집할 경우 데드라인을 6~10년 정도 뒤로 미룰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데드라인이 2026년이든 2035년이든 아니면 2042년이든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폭을 1.5℃ 또는 2℃ 이내로 묶어 각종 기후변화 재앙을 최소화하고 인류와 지구 생태계를 기후변화 재앙에서 구할 수 있는 시간(deadline)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치인이나 정책 결정자에게 기후변화 재앙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지금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를 강조하기 위해 기후변화 데드라인을 산출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참고문헌>

* Matthias Aengenheyster, Qing Yi Feng, Frederick van der Ploeg, Henk A. Dijkstra, 2018;9(3):1085DOI:10.5194/esd-9-108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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