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퇴직하면서 재판 서류를 대량으로 빼냈고, 이를 수사 중인 검찰과 현 대법원 사이에 갈등 조짐이 있다는 사실 어제(10일) 보도해드렸는데요. 검찰이 청구한 이 전직 판사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줄줄이 기각하는 사이, 전직 판사가 빼돌린 자료를 무더기로 파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현정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월 퇴직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 재판연구관은 재직 때 작성한 재판 관련 자료를 포함해 각종 보고서와 판결 초안 등을 대량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이 지난 5일 사법 농단 연루 혐의로 유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빼돌린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검찰은 자료가 불법 유출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기각 사유로 법원은 "문건 유출이 대법원의 입장에선 부적절하지만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검찰은 전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의 두 번째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뒤인 지난 6일 유 변호사가 "법원에서 가져 나온 출력물과 컴퓨터 저장장치를 분해해 버렸다"고 법원행정처에 알려온 사실이 어제저녁 공개됐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유 변호사가 보관 중인 자료 목록을 제출할 수 있는지 문의하자 그제야 자료 파기 사실을 밝혔다는 겁니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최근 법원행정처와 유 변호사 사이 통화가 오간 사실을 확인해 경위를 조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