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제보하기

[취재파일] 음식점 자영업자들 "경쟁상대, 옆가게 아니라 간편식"

영역 넘어선 경쟁 빈번…고려한 대책 필요

정호선 기자 hosun@sbs.co.kr

작성 2018.09.08 08:59 수정 2018.09.10 17:25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음식점 자영업자들 "경쟁상대, 옆가게 아니라 간편식"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이후 "못 살겠다"는 자영업자들의 토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폐업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고, 퇴직 후 노후 자금으로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돈만 날리고 노후가 불투명해졌다는 곡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립니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놨다지만,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없다는 반응이 대다숩니다.

이들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는 한 두가지 이유로 단순하게 설명되진 않습니다. 일부의 주장처럼 최저임금만을 탓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업황을 어렵게 하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수년간 작용해왔는데, 임계치에 다다를 때쯤 최저임금 급격 인상이란 폭탄이 터졌고, 급격히 사태는 악화됐습니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 사람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어려운 거냐, 조금은 엄살도 있는 것 아니냐 물었습니다. 예상가능 한대로 '정말' '심각히'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는데, 한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포화상태인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건 너무나 위협적인 경쟁상대가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그 경쟁상대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간편식그 상대는 뭘까. 바로 '간편식'입니다. 흔히 간편식 소비자로 혼밥 먹는 1인 가구, 자취생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건 간편식 초기의 얘깁니다. 간편식 종류가 늘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엄청나게 보편적이 됐습니다. 싱글족 뿐 아니라 이제 '엄마의 손맛'을 대신한다는 가정 간편식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습니다. 실제로 가정간편식 선호 경향이 1인 가구만이 아니라 최근엔 여러 구성원이 있는 가구 쪽으로 전파되는 현상이 뚜렷합니다. 예전 간편식이 '건강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요즘 나오는 제품은 저염간편식 등 '건강을 생각한다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간편식 소비자 층이 두터워지고, 품질이 업그레이드 되고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외식업자들은 이들과 절대 가격경쟁력에서 이길 수가 없게 됐다고 말합니다. 대량으로 균일한 맛을, 또 다양한 메뉴로 만들어내는 대기업 간편식에 당해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 이유로 음식점 소상공인들은 "간편식을 이제 경쟁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인식하고 있다", "옆 가게가 경쟁상대가 아니라 대형마트 냉장 냉동고를 가득 채운 간편식이 경쟁상대"라고 입을 모읍니다. 혹자는 그러면 '나만의 경쟁력있는 메뉴'를 찾아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영세업자들은 상황 모르는 충고라고 말합니다. '백종원의 골목시장' 같은 기회가 오면 모를까 그게 어디 쉽냐고 반문합니다.

이 '간편식' 대화를 나누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자리 안정자금 등 정부의 다양한 소상공인 연명용 지원책이 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됐다고나 할까요.

영세 식당을 찾는 소비자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등 비용을 일부 절감해준다고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습니다. 결국 줄어드는 소비자 추세에 맞춰 공급자도 줄어들지 않으면 1/n씩 나눠갖는 식의 자영업자 수익 감소는 당연한 일입니다.

아주 껄끄러운 얘기지만 지원책 위주의 대책에서 구조조정을 통한 근본적 대책을 언급해야 할 땝니다. 한계자영업자 구조조정은 항상 자영업 과잉 문제가 나올 때마다 대책으로 꼭 등장하지만 실행 단계로 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반발이 심하고, 정권에 대한 지지율과 연관될 수 있는 문제라 필요성은 알지만 섣불리 언급하지 않습니다. 능력 안 되면 망하라는 거냐,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고, 결코 쉬운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외식업을 대체할 산업 규모가 쭉 성장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인 만큼, 이제 연명을 돕고 폭탄 돌리기 하는 대책은 재고해야 합니다.

비슷한 경우가 최근 청와대 장하성 실장의 소비 회복 관련 발언을 둘러싼 논란입니다. 최근 언론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장 실장은, "소비가 부진한데?"란 질문에 대해 "소비는 좋다. 늘었다. 온라인 구매가 급속히 늘어서 체감하지 못한 것이지 소비는 좋다"고 반박했습니다. 맞습니다. 온라인 매출은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니 오프라인 매출은 그만큼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까지는 그냥 일반인도 말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면 그 통계를 '소비가 좋은데 왜 자꾸 공격하냐'는 반박 자료로만 언급할게 아니라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는 트렌드는 바뀔 수 없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크다.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란 말이 나와 줘야 합니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