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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X 김동식] 악한 사업 2편

D포럼, 김동식 작가 신작 단독 연재

SBS 뉴스

작성 2018.09.06 13: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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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SDF X 김동식] 악한 사업 2편
※ SBS 보도본부는 지식나눔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SBS D 포럼(SDF)"의 연중 프로젝트 중 하나로, 김동식 작가와의 단독 단편소설 연재를 진행합니다.

SDF2018의 올해 주제는 "새로운 상식-개인이 바꾸는 세상".김동식 작가 본인이 이 주제에 부합하는 인물인 동시에 작품을 통해서도 같은 주제를 고민해온만큼, SDF는 11월 1일 오프라인 포럼 전까지 SBS 사이트를 통해 작품 10편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스크린을 보는 이들에게는 예상 밖의 일이긴 했지만, 비상은 아니었다. 김남우의 집에서 담배를 가져온 요원이, 지하철에서 김남우와 부딪히며 주머니에 몰래 담배를 넣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황급히 달린 김남우가 사무실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을 때는, 출근 시간인 9시의 3분 전이었다. 땀을 닦을 새도 없이 그는 곧바로 상사에게 불려가 깨졌다. 그 모습을 본 중년 사내는 혀를 찼다.

" 정시 출근도 저렇게 욕을 먹나? 쯧. 그래도 우리로선 잘 됐군. 저렇게 스트레스가 쌓이면 담배가 많이 땡길 거야. 한국 직장인들이 업무 스트레스로 유명하지. 어쩌면 한 갑을 다 피울지도 모르겠는걸? "

마침내 화면 속 상사의 잔소리가 끝나고, 중년 사내가 기대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한데 곧,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김남우는 잠깐의 틈도 없이 곧바로 자리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스크린 속 정적인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실망했다. 2시간 만에 드디어 김남우가 담배를 챙겨 들고 화장실에 갈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 김남우 어디 갔나?! 회사에 똥 싸려고 출근했나?! ]

상사의 외침 한 번에, 휴게실 쪽으로 향하던 김남우가 급히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지켜보던 몇몇은 크게 분노했다.

" 저 새끼 어디 사는 누구야?! "

" 이름 체크해! 돈 내가 댈 테니까 무조건 길거리에 나앉게 만들어! "

젊은 청년은 불안한 얼굴로 중년 사내에게 물었다.

" 이거 개입 안 해도 괜찮습니까? 아직 한 개비도 안 피웠다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

중년 사내도 조금 불편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그래도 그는 아직 대답할 말이 있었다.

" 우리가 임의로 우연을 조절할 순 없다. 그래도 이제 곧 점심시간일 테니, 그때부터 풀리기 시작할 거다. 최소한 점심시간에는 자유로울 것 아닌가? "

그러나 그 말도 지켜지지 않았다. 김남우의 점심시간은 상사와 함께한 거래처 접대로 대신했다. 내내 맞장구로 비위 맞추느라 담배 피울 짬도 없이 점심시간이 끝났다. 회사로 돌아와서는 다시 곧바로 업무였다.

거기까지 가자 중년 사내도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 저런 쓰레기 같은 한국 회사! "

" 이번 일 끝나면 저 회사 사버려! 아주 공중분해 시켜! "

오후에도 김남우의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상사에게 불려가서 계속 혼나고, 눈치 보면서 자리에서 꿈쩍도 못 했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거물들은 몹시 초조해졌다. 동시에 담배 두세 개피를 연달아 필 리가 없으니, 6시 퇴근이면 한 시간에 하나씩 펴도 여섯 개비 밖에 안됐다. 이 중 상당수가 쓴웃음을 지어야 할 상황이었다.

회사 일이 끝난 뒤에도 그들은 불안했다. 회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 설마, 일은 끝났는데 담배 피울 시간은 있겠지요? "

청년의 불안한 질문에 중년 사내는 침묵했다. 회식도 일이란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회식 자리에 도착해서 김남우는 묵묵히 좋은 말씀을 들어야 했다. 상사의 충고는 끊어질 듯 끊어지질 않았다. 끝없이 주어지는 술잔은 거부할 수 없었고, 리액션도 놓치면 큰일이었다. 강제로 앉혀진 사장님 옆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화면을 보는 거물들의 표정이 안 좋았다. 밤 10시를 넘길 때까지 단 한 개비의 담배도 나오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답답한 그들만 시가를 피워댔다.

영영 불편한 침묵이 이어질 것 같은 그 순간, 마침내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김남우가 담배를 챙겨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 오오오! "

화장실 변기에 앉은 김남우가 담배 한 개비와 라이터를 꺼냈다. 모두가 화면에 초집중했다. '칙! 칙!' 300원짜리 라이터에 불이 잘 안 붙는 모습만으로도 거물들이 초조해했다.

" 여기서까지 설마... "

" 아니, 이런 상황에서 변수는 없다. "

젊은 사내와 중년 사내가 긴장하며 대화하던 그때, 김남우의 고개가 자꾸만 아래로 떨어졌다. 이윽고,

" 어어? 저거 혹시... 저 자식 지금 자는 거 아닙니까? "

" 이런 씨?! "

졸도하듯 잠든 김남우의 손에서 담배가 떨어졌다. 김남우는 그로부터 30분 후에서나 상사에게 깨워졌지만, 젊은 놈이 빠졌다는 꾸중과 함께 곧바로 자리에 돌아가느라 담배 피울 시간이 없었다. 회식이 끝나고, 상사들을 다 배웅하고 겨우 김남우 혼자가 되었을 때는, 이미 12시가 지난 뒤였다.

" ... "

설마 했던 0개비, 5년간 모든 사업 금지였다. 비밀 모임 역사상 최초의 사태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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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의 다음 소설은 9월 19일 오전 11시 30분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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