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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처녀작·유모차 등 608건의 성차별 언어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9월 5일 (수)
■ 대담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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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직원·여교수·여학교 등 앞에 '女' 붙는 단어 사라져야
- 처녀작·처녀출판·처녀비행 등…'처녀→첫'으로 수정 제안
- 유모차, 마치 엄마만 사용하는 차처럼 느껴져
- 출산율 문제, 여성만의 몫 아냐 '저출산→저출생'으로 바꿔야
- 남편의 남동생은 '도련님', 아내의 남동생은 '처남'으로 낮춰 불러
- 가족 호칭 개선 필요성, 오래전부터 제기돼
- 가부장적 사고·문화가 성차별적 가족 호칭 만들어
- 성차별적 단어, 대체언어 고민 필요


▷ 김성준/진행자: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 속에 여러 가지 성차별적 언어가 있다는 것 알고 계시죠. 특히 가족 호칭에 그런 경우들이 많죠. 남성중심적인 것들이요. 예를 들자면 똑같이 남동생인데 누구는 도련님이고 누구는 처남이고. 정부는 이렇게 성차별적인 인식이 담긴 가족 호칭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앞서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는 성평등 언어사전을 출간하는 것을 비롯해 이런 성평등 언어를 좀 더 장려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일상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성차별적 언어. 과연 어떤 것들이 있고 또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연결해서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예.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사실 이런 성차별적인 단어들, 또는 가족 호칭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개선하자. 이런 움직임이 많았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으세요?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이게 오랜 세월 불편했지만 관습적으로 사용해오던 언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아마도 그 근간이 되어왔던 가부장제의 모순을 좀 바로 잡자는 시도라고 이해되고요. 최근 우리 사회의 성평등 인식 수준이 매우 속도 있게 변화하고 있잖아요. 이런 요구가 반영돼서 생활 속에서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이 시작되었다고 보여집니다.

▷ 김성준/진행자:

사실 저도 지내면서 별 의식 없이 썼던 가족 호칭 같은 경우에 가만히 뜯어보면 참 남성중심적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든 게 많았는데. 이런 것들을 다 모아서 성평등 언어사전도 출간하시고 그랬잖아요. 그 성평등 언어사전 아직 보지 못 해서 그러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저희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2년 전에 괴롭기는 하지만 강남역 인근 살해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 이후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굉장히 많이 커졌고. 또 최근에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미투, 위드유 이런 운동들이 결국 성평등에 대한 관심을 넘어 구체적인 변화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는 이런 생활 속의 불평등을 시민들이 스스로 발견하고 개선안을 내는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언어사전에 예를 들어서 사례를 들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저희가 의외로 짧은 시간 진행했는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고요. 총 608건의 성차별 언어들이 제언이 됐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분들이 언급하셨던 10개를 선정했습니다. 가장 많았던 제안은 직업 앞에 '여'자를 붙이는 거예요. 여직원, 여교수 등등. 또 학교명에서도 남자고등학교, 남자중학교라고는 안 하잖아요. 그런데 여자고등학교, 여자중학교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제안이 있었고요. 또 처음 하는 일이나 행동 앞에 붙이는 처녀라는 단어. 처녀작, 처녀출판, 처녀비행. 이런 것들을 첫 작품, 첫 출판, 첫 비행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있었고요.

또 독박육아가 여전히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유의미한 제안으로는 우리가 많이 사용해왔던 유모차라는 단어가 있죠. 마치 엄마가 사용하는 차처럼. 사실 사용하는 것은 아이이기 때문에 유아차로 바꾸어서 엄마만 사용하는 돌봄의 도구가 아니라 아빠도, 할아버지도, 삼촌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그런 도구라는 것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고요. 또 저출산과 미혼 대신에 저출생, 비혼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고요. 여기에 대해서 박원순 시장님께서도 이번 민선 7기 취임사에서 저출산 대신 저출생으로 표현하셨고. 무엇보다 제가 감사한 일인데, 지난 7월에 SBS 뉴스 앵커께서 이렇게 표현을 해주셨어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여성만의 몫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구 감소 문제와 관련해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저출산 대신 저출생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천명해 주셨어요. 이렇게 SBS와 같은 언론이 앞장서주시는 것은 너무 고무적이고 또 더 많은 확산이 이뤄지는데 굉장한 힘이 실리기 때문에. 앞으로도 앞장서주실 것을 이 기회에 부탁드려 봅니다.

▷ 김성준/진행자:

사실 저도 8시 뉴스 할 때 참 깜짝 놀랐던 게. 지금 대표님 방금 독박육아, 독박출산 말씀하셨는데. 저희가 당시는 저출산 대책, 이런 것에 대해 회의하면서 얘기를 하다보니까. 지금 육아를 책임져야 되는 기자들이 제목 아이디어를 내라고 했더니 독박출산은 안 된다. 이런 제목을 내놨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부터 저희도 이런 성평등 인식에 대한 변화가 많이 생겼는데. 유모차 대신 유아차, 저출산 대신 저출생. 아주 좋은 것 같고요. 여기자, 여직원, 여교수. 참 그렇게 안 써도 되는데 습관이 되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면이 있고. 참 습관을 고친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어쨌든 이런 사전에 나온 내용 중에서 지금 저희가 주제로 삼고자 하는 게 가족 호칭이란 말이죠. 가족 호칭이야말로 정말 오랜 기간 뿌리 깊게 남아온 성차별적인 표현들인데. 구체적으로 소개를 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겠습니까?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이를테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그리고 친가, 외가를 구분하는 용어들이 가장 많이 불편한 언어로 지적되고 있는 건데요. 사실은 저도 아이 키우면서 양가 조부모님들을 호칭할 때 대개는 외할머니, 친할머니로 구분지어 호칭하게 되는데. 사실 참 불편하거든요. 바깥 외(外)자를 쓰는 건데. 그래서 친할머니와 또 친할머니가 아닌 것 같은 외할머니. 이런 것들이 굉장히 속상한 표현이었고요. 그리고 앵커님께서도 지적해주셨지만 남편의 동생은 도련님이나 아가씨로 높여 부르고, 아내의 동생은 처남, 처제로 낮춰 부르는 관행이 있죠. 그리고 남편의 집은 시댁이고 아내의 집은 처가이고. 이것 또한 성차별적인 언어로 꼽히는 언어들이었습니다. 저희 조사에서는 가장 성차별적인 단어로 많이 지적된 것이 아내를 집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 그래서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네요. 그런데 사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좀 의아할 수밖에 없는 게. 대개 보편적으로 친할머니보다 외할머니가 더 가까운데. 왜 더 가까운 분이 더 외일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사실 이런 가족 호칭 개선의 필요성이라는 것은 정말 오래 전부터 여성계를 중심으로 지적이 되었고, 개선하자고 자꾸 요구가 많았는데. 가장 개선이 안 되는 성차별적 단어 분야였던 것 같아요.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네. 맞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까요? 워낙 집에서 편히 써서 그랬던 걸까요?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이것은 아마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매우 가부장적인 사고와 문화, 이런 것들이 가장 큰 문제였을 것 같고요. 그리고 이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말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되는 거죠. 그리고 말씀해주신 것처럼 최근의 성차별적 가족 호칭을 바꾸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이러는 것은 굉장히 감사하고 반가운 일인데. 앵커님 말씀처럼 이런 호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어제 오늘 있었던 일은 아니고요. 이미 2006년 말에도 한국여성민우회에서도 여성이 여성에게 쓰는 호칭 바꾸기로 호락호락 캠페인. 예를 들어 가족 내 평등한 호칭 문화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했고요. 여성계에서도 굉장히 오랫동안 꾸준히 제기해왔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희 조사에서도 가족 호칭에 대한 개선 요구가 135건 정도 들어왔었거든요. 그런데 말씀처럼 이게 너무나 오랫동안 관습화되어 있다 보니까 마땅한 대체어가 없는 것도 문제고요. 이는 앞으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저희도 냈고요. 그래서 첫 번째 언어사전 발표에는 다 넣지는 못 했지만. 향후에 전문가들과 함께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 시점에서는 마땅한 대체언어 사례를 들자면 어떤 게 있겠습니까?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대체언어는 사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제안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앞서 얘기되었던 외할머니 댁, 친할머니 댁을 엄마네, 아빠네로 바꾸자는. 언어라는 것은 습관이기 때문에 그것은 하루아침에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전문가들이 같이 모여서 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희가 언어에 집중하면서 하다 보니까 이제 곧 추석이 다가오잖아요. 명절이 다가오면 가족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행동들이 동반되는데. 행동에도 사실은 고쳐야 될 부분이 굉장히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명절증후군이 있을 정도로 명절에 겪는 여성들의 신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이 굉장히 크잖아요. 그래서 그 중에서도 이런 성차별적인 언어나 이런 명절 스트레스의 굉장히 큰 원인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가족 호칭 외에도 명절에 나누는 성차별적인 말과 행동을 좀 되짚어보고. 이번 추석에는 특별히 가족선물로 다른 것 말고 성평등한 언어와 행동을 실천해보자는 바람으로. 이번에 성평등 언어사전에 이어서 언어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고려해 명절 특집으로 성평등 생활사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에 들어오시면 직접 참여하실 수 있거든요. 앵커님께서 질문해주신 대체언어나 대체행동,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많이 제안해주셔서. 시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의 전문적인 의견을 모아서 새롭게 좋은 대체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시민들께서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검색하시면 저희 홈페이지 들어가실 수 있거든요.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바로 첫 화면에 뜹니다.

▷ 김성준/진행자:

예.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첫 화면에 여러 가지 성평등적 언어에 대한 제안을 주시면 많이 반영할 수 있겠다.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예. 김성준 앵커님께서 먼저 들어와주셔도 굉장히 반가울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사실 말이 행동을 바꾸기도 하고, 행동이 말을 바꾸기도 하고. 둘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데. 특히나 이런 말을 바꿈으로 해서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노력.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좀 드네요.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네. 맞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좋은 일 앞으로도 열심히 하셔서 우리 사회 성평등적인 시각을 확산시키는 데에 노력을 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요. 참여해 주십시오.

▷ 김성준/진행자:

예.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네.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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