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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급증하는 온실가스, 곡물 영양가 떨어지고 인류 영양결핍 늘어난다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9.05 16:4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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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급증하는 온실가스, 곡물 영양가 떨어지고 인류 영양결핍 늘어난다
9월 3일 현재 전 세계 대표적인 온실가스 관측소인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에서 관측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05.74ppm을 기록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인 지난 1750년대까지만 해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을 밑돌았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농도는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며 증가하고 있다. 특히 195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5년 전 지구평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류의 심리적 저지선인 400.0ppm까지 올라갔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6년에는 403.3ppm을 기록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Keeling curve, 자료:UCSD)온실가스가 급증하면서 지구촌이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8월 1일 서울의 기온은 39.6℃, 홍천은 41℃까지 올라가 우리나라 기상관측사상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온실가스 급증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인류가 섭취하는 곡물의 영양소 함유량은 어떻게 달라질까? 혹시 곡물의 영양가가 떨어지면서 인류가 영양 불균형이나 결핍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온실가스가 급증할수록 쌀과 밀 등 주요 곡물의 영양소 함유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Smith and Myers, 2018).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이 앞으로 이산화탄소가 급증할 경우 철분과 아연, 단백질 같은 곡물의 영양소 함유량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151개국의 과거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곡물의 영양소 변화 자료를 토대로 앞으로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곡물의 영양소 함유량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지금부터 30~80년 뒤인 2050년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550ppm을 넘어설 경우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 정도인 현재와 비교해 곡물의 단백질과 철분, 아연 함유량이 3~17%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배출량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RCP8.5) 30년 뒤인 2050년쯤 550ppm을 넘어서고 저감 대책을 상당 부분 실행할 경우(RCP4.5) 80년 뒤인 2100년쯤 550ppm을 넘어설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인류는 주요 영양소의 대부분을 곡물 같은 식물로부터 얻는데 단백질의 63%, 철분의 81%, 아연의 68%를 식물을 섭취해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곡물의 영양소 함유량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인류는 영양 결핍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이산화탄소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 이산화탄소 농도가 550ppm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쯤에는 전 세계 인구의 1.9%인 약 1억7천5백만 명이 아연 결핍에 빠질 수 있고 전 세계 인구의 1.3%인 약 1억2천2백만 명은 단백질 부족에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철분 결핍에 빠지기 쉬운 가임기 여성과 5세 미만 어린이 14억 명 정도는 철분 섭취가 지금보다 4%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 만큼 철분부족으로 인한 빈혈 등에 걸릴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현재 수십억 명이 영양소 섭취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인데 앞으로 대기 중 온실가스가 계속해서 늘어날 경우 곡물의 영양가가 떨어지면서 이 같은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별로는 인도의 경우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됐는데 곡물의 영양가가 떨어지면서 5천만 명이 아연 결핍에 빠질 수 있고, 3천8백만 명은 단백질 부족에, 그리고 5억 명 정도의 여성과 어린이들은 아연 결핍으로 인해 질병에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또 지역적으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 곡물의 영양가 감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 몸은 어찌 보면 인류가 수천 년, 수 만년 동안 섭취해온 곡물에 알맞게 적응해 진화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수만 년을 지켜온 인류의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다.

<참고문헌>
* Matthew R. Smith, Samuel S. Myers, Impact of anthropogenic CO2 emissions on global human nutrition, 2018;DOI:10.1038/s41558-018-02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