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주역이 개혁 주체…사법개혁추진위 설치해야"

양승태 사법부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으로 법원개혁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법원행정처와는 별도로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늘(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등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법원개혁 토론회에서 현재 운영 중인 사법발전위원회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런 제안을 내놨습니다.

사법발전위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로, 법원 안팎의 인사들이 참여한 자문기구입니다.

현재 이홍훈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한 교수는 현재의 사법발전위가 "편협한 개혁과제만을 다루고 있다"며 "사법 농단 해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준의 의제만 다룬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사법발전위가 대법원 내부에 설치돼 있어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법률개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기껏해야 대법원 규칙 개정에 그치게 된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한 교수는 사법발전위의 사무를 처리하는 곳이 "사법 농단의 주역이자 수사를 회피하고 있는 법원행정처"인 점도 한계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교수는 "개혁의 대상이 개혁의 주체가 돼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교수는 대안으로 "법원행정처와는 별도로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사법발전위 건의 내용을 현실적으로 집행에 옮기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특히 "사법 농단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법관 인사·평정, 국민의 재판참여 방안 등의 제도개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사법 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감안한다면 사법개혁추진위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소속 기구로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진 중인 사법제도 개혁 작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 교수는 "김 대법원장은 이미 취임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사법농단의 적폐를 청산하는 데조차 미온적인 태도로 법관들의 수사방해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재 법원개혁의 현실은 암담하기 짝이 없다. 그 모든 작업과 지향들을 주도하고 지휘해야 할 사령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며 김 대법원장의 사법제도 개혁 시도가 실패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김 대법원장은 서열 파괴와 법원개혁의 상징으로 기대감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사법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법개혁 실종' 상황을 초래했다"고 가세했습니다.

검찰의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농단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주요 혐의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등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자, 김 대법원장이 수장인 현재의 사법부 역시 적폐청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토론회에서는 법원개혁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분산시키고,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통해 상고심을 개혁해야 한다는 제안 등도 나왔습니다.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으로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권 폐지, 비법관 출신 의무 할당, 대법관 증원 등이 건의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