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팀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병역 혜택은 양론이 있다. 선수들에게 굉장히 필요한 부분인 것은 사실"이라며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해서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이 어떨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추후 공론화해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2013년 9월 병무청 사회복무국이 만든 이 개선안, 즉 '병역 특례 마일리지' 제도는 몇 달이 되지 않아 휴짓조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2014년 2월 소치동계올림픽과 그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던 대한체육회와 태릉선수촌이 격렬하게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국내 체육인들은 "병무청의 개정안은 대표선수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아시안게임에서 한 선수가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휩쓸어도 획득 점수가 90점밖에 되지 않아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런 식이라면 운동을 하지 않을 생각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안게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국내 체육계의 강경한 입장에 병무청은 결국 '없던 일'로 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이 제도가 시행됐더라면 이번에 한국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이고 인천공항을 빠져나가는 사태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 앞으로 스포츠선수의 병역 특례 제도는 어떻게 될까요? 국민 여론이 4년 전보다 훨씬 악화된 것은 분명합니다. 대한체육회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체육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마일리지제를 받아야 한다. 우리가 강하게 나오면 여론이 더 나빠져 자칫하면 특례 자체가 아예 폐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병역 혜택이 완전히 없어질 경우 그 부정적 영향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습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병역 마일리지 제도를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병역 마일리지 제도가 시행되면 종목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입니다. 축구, 농구 등 세계적 경쟁력이 높지 않은 종목은 매우 힘들어집니다. 축구의 경우 한 선수가 올림픽 동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모두를 획득해야 110점이 돼 병역 특례 대상이 됩니다. 세계선수권은 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축구 세계선수권이 월드컵이기 때문입니다. 야구 선수들에게도 훨씬 까다로워졌습니다. 반면 매년 세계선수권이 열리고 비교적 경쟁력이 있는 종목은 굳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스포츠의 현실상 병역 특례를 완전히 폐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현행 제도를 고수하는 것은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과 형평성 논란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차선책으로 병역 특례 마일리지제가 도입될 것이고 그 구체적 내용은 2013년 9월 병무청이 내놓은 개정안을 일부 조정하는 선에서 대한체육회와 병무청이 합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