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프로 레슬링의 대부였던 이왕표 씨가 암 투병 끝에 64살의 길지 않은 삶을 마감했습니다. 이 씨는 투병을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혀서 마지막까지 배려의 마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정동연 기자입니다.
<기자>
이왕표 씨는 21살인 1975년 전설의 박치기왕 김일 선생의 제자로 사각의 링에 입문한 뒤 40년간 외길을 걸었습니다.
선수 시절 "자신의 프로레슬링은 쇼가 아니라 진짜"라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남달랐습니다. 쉰을 넘긴 나이에도 이종격투기 스타 밥 샙과 맞대결을 펼치며 잊혀져 가는 프로레슬링 부활에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러던 그의 인생에 2013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담도암으로 쓰러진 뒤 2년간 투병 끝에 눈물의 은퇴식을 가졌습니다.
[故 이왕표/2015년 은퇴식 : 40년 동안 받은 여러분의 사랑을 가슴속 깊이 또 마음속 제 뼛속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배려를 잊지 않았습니다. 시력을 잃은 개그맨 이동우 씨에게 각막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도 밝혔습니다.
[이장표/故 이왕표 씨 형 : 5년 전 수술했을 때 이동우 씨한테 기증한다는 얘기까지 했어요. 그 후에 이동우 씨가 병실에 와서 받은 걸로 치겠다 (고 얘기했어요.)]
지난 5월만 해도 방송에 출연해 밝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최근 급격히 병세가 악화하면서 한국 프로 레슬링의 거목은 64살을 일기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故 이왕표/2015년 은퇴식 : 저는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정말 링에서 죽는다면 인생에 가장 영광스러운 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