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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천억 줘도 안 받는다" 김복동 할머니의 외침…화해·치유재단 해체할 수 있을까?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18.09.04 16:53 수정 2018.09.04 17: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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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천억 줘도 안 받는다" 김복동 할머니의 외침…화해·치유재단 해체할 수 있을까?
[리포트+] '천억 줘도 안 받는다어제(3일) 서울에는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빗속에서 올해 아흔 두 살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외교부 청사 앞에서 홀로 시위를 벌였습니다. 암 투병 중인 김 할머니는 수술을 받은 지 닷새 밖에 안 됐지만, 일본군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인 정의기억연대의 릴레이 1인 시위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건데요. 김 할머니는 "위로금을 받기 위해 싸워온 게 아니다"라며 "하루라도 빨리 화해·치유재단을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화해·치유재단 공식 홈페이지에는 "재단이 모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위해 설립됐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 할머니는 왜 화해·치유재단의 해체를 외친 걸까요? 화해·치유재단은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을까요?

■ 2015년 이뤄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10억 엔 송금 받은 화해·치유재단

2015년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한·일 양국의 전격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양국의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압력 속에, 한·일 수교 50주년이었던 2015년 안에 위안부 문제를 정리하려고 했던 박근혜 정부의 결정이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이 여기에 10억 엔, 우리 돈 약 1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합의 이후 7개 월만인 지난해 7월 28일 만들어진 재단이 바로 '화해·치유재단'입니다. 재단은 만들어질 때부터 잡음이 많았습니다. 설립 당시, 재단의 이사진은 노인·여성복지 분야 전문가, 일본 전문가와 법조계 인사 등으로 꾸려졌는데, 정작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힘쓴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재단이 설립되고 약 한 달 뒤, 일본은 한·일 합의에서 출연을 약속한 10억 엔을 화해·치유재단에 송금했습니다. 재단은 지난해 말까지 44억 원을 위로금 수령에 동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지급했는데, 이 과정에서 재단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 모르게 위로금 지급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월, 한 단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득 할머니가 모르는 상황에서 1억 원이 지급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김 할머니는 위로금 지급 사실도 몰랐고 통장을 본 적도 없다고 밝혔고, "돈을 돌려주라"는 할머니의 녹취록도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재단 측은 이 같은 의혹을 부정하며 "일본 정부가 사죄와 반성의 의미로 전달한 현금에 대해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정중하게 설명하고 수용 의사를 물어 그 결정에 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리포트+] '천억 줘도 안 받는다■ 매달 약 2천8백만 원 지출...화해·치유재단 출연금 지급 이후 무슨 일 하나?

화해·치유재단이 일본 정부의 출연금을 일부 피해자들에게 나눠준 뒤에도 재단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질 않았습니다. 지난해 2월에는 재단 측이 일본의 출연금 중 5억 원 정도를 재단 운영비로 사용하겠다는 문건이 공개됐습니다. 2016년에는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운영비 명목으로 1억5천만 원을 지급했는데, 민간재단인 화해·치유재단에 정부 예산을 지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입니다.

재단 측은 "일본 출연금은 온전히 피해자 분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정부의 예산삭감 등 현 상황을 고려해 최소한의 행정비용을 일본 출연금에서 사용한다"라고 설명했지만, 비난은 거세졌습니다. 당시 문건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지금까지 일본 출연금 전액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할 것처럼 선전해왔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일부를 재단 운영비 명목으로 유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화해·치유재단은 일본 정부의 출연금을 일부 피해자들에게 나눠준 뒤, 지금까지도 인건비 등 재단 운영비로 매달 약 2천 8백만 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단 존속을 위해 일본 측의 출연금을 사용한 데다가, 특별한 활동 내역이 없는 상황에서도 매달 수천만 원을 사용해온 겁니다.
[리포트+] '천억 줘도 안 받는다■ '이면 합의' 밝혀지면서 이사진 줄지어 사의 표명...화해·치유재단 해체할 수 있을까?

지난해 6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검증할 TF가 꾸려지면서, 화해·치유재단은 내부적으로도 삐거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합의 당시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관련 단체를 설득하고, 해외 '소녀상' 건립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이면 합의'를 했던 것이 밝혀지면서 재단 이사진이 줄지어 사의를 표명한 겁니다. 현재는 이사 11명 중 8명이 물러난 상황으로, 이사회 정관상 법인 해산 결정에 필요한 최소 인원 5명에도 못 미쳐 재단 존폐를 스스로 결정할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면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미르재단에 대한 설립허가를 직권 취소했는데, 당시 미르재단의 이사들도 모두 사임한 상태였고 임시 이사회도 비협조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이처럼 재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가 재단 해산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면 일본 측이 이를 한·일 합의 파기 수순으로 받아들여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정당한 배상을 받아야 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에게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리포트+] '천억 줘도 안 받는다화해·치유재단은 홈페이지에 "피해 당사자 분들의 의사를 최우선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지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걸까요?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