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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묻지마 특수활동비' 물어보기 - 그들은 '기각'으로 답했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8.09.08 14:01 수정 2018.09.09 21: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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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묻지마 특수활동비 물어보기 - 그들은 기각으로 답했다
'제2의 월급', '쌈짓돈', '깜깜이 예산'... 특수활동비를 부르는 별칭이자, 오명이다. 사용하는 이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그 사용처를 몰랐던 특활비. "국민의 알 권리 실현과 활동의 투명성·정당성 확보를 위해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11~2013년 국회의 특활비 내역이 지난 7월 처음으로 공개됐다. 별칭처럼, 오명처럼, 그렇게 써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국회는 결국 '국익을 위한 최소한'만 남기고 특활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입법부 다음은 행정부였다. 국회의 2018년 특활비 예산은 62억 원이지만, 정부는, 예산 전체가 특활비인 국가정보원을 제외해도, 특활비가 3천억 원이 넘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8월 27일, 국회에 출석해 "특활비 받는 부처 중에 일부 부처는 특활비를 다 없애겠다"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정부는 2019년 정부 예산안에서 특활비를 전년 대비 9.2%, 292억 원 줄였고 5개 기관의 특활비는 전면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특활비 폐지 방침은 세웠지만, 현 20대 국회의 특활비를 공개하란 요구에는 계속 저항하고 있다. 특활비 공개를 명령한 법원의 1심 판결에도 "제도 개선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항소했다. 현역 의원들이 사용한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렇다면 특활비를 줄이고 일부 부처는 폐지까지 하겠다고 공언했던 정부의 사정은 어떨까.

● '묻지마 특수활동비' 물어봤더니…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 10년간 단 한 번이라도 예산에 특수활동비를 편성했던 국가기관들에 대해서 특활비 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과거엔 있었지만 부처 통폐합 등을 거쳐 현재 특활비가 없는 기관과 전체 예산이 곧 특활비인 국정원을 제하면 2018년 현재 특활비를 쓰고 있는 기관은 모두 19곳이다.
[마부작침] 특활비 물어보기이중에 '공개'로 응답한 기관은 단 3곳이다. 그 3곳 가운데 2곳은 특활비 지출내역을 '일체 공개'한다고 통지했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받고 있으며, 상고법원 로비에 특활비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대법원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그 2곳이다. 이 공개 내역을 바탕으로 지난 7월 27일 [마부작침]은 대법원 특활비 내역을 최초로 분석해 보도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억 2천만 원을 받았던 사실 등이 이 보도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기사 보기-> [마부작침] 대법원 '특수활동비' 최초 공개·분석 http://bitly.kr/yfeF)

[마부작침]이 '공개' 통지를 받은 다른 1곳은 국세청이었다. '공개' 아닌 나머지 기관들 가운데 '부분 공개'한 곳이 7곳, '비공개'한 곳이 9곳(국회 포함)이었다. 이 '부분 공개' 혹은 '비공개' 결정에 대해 [마부작침]이 이의신청을 했지만, 대부분 기각됐다. 이의에 대해 '부분 인용'이라도 한 곳은 3곳 뿐이었다. 이렇게 각 기관마다 특활비 공개를 놓고, 제각각의 입장을 취한 셈인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대부분 '공개 불가'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마부작침] 특활비 물어보기'즉시 공개'라는 답을 보내온 국세청은 어떨까. 국세청이 '즉시 공개'한 정보는 "국세청은 특수활동비를 쓰고 있다", "세부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가 전부였다. 도대체 무엇을 즉시 공개한 것일까. 아무 내용도 없었다. 그럼에도 국세청이 즉시 공개했다는 이유로 이의 신청조차 불가능했다.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비공개'나 '부분 공개' 조치에 대해서만 이의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말로는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비공개'했고, 이의 신청조차 피하는 '꼼수'를 부린 셈이다. [마부작침]이 취할 수 있는 카드는 이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밖에 남지 않았다. 법무부나 대법원도 하지 않은, 법의 맹점을 악용한 '꼼수'를 국세청은 버젓이 선택했다.(이에 대해 국세청은 탈세 혐의 정보 수집 등 기밀유지가 필요한 정보활동에 특수활동비를 사용하고 있어 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즉시 공개'로 통지된 건 착오라고 설명했다.)
[마부작침] 특활비 물어보기이번엔 '부분 공개'한 기관들을 살펴보자. 국방부는 국정원을 제외하면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써온 기관이다. 2017년 특활비 예산은 1,865억 원이었고, 2018년엔 좀 줄긴 했지만, 그래도 1,480억 원이나 썼다. 국방부가 '부분 공개'한 정보는 다름 아닌, 2014~2018년 6월의 기본경비와 해외파병, 민간보상 예산에 포함된 특활비 지출내역이었다. 비교하기 쉽게 2017년만 보니 합계 5억 9,453만 원이었다. 즉, 국방부의 2017년 전체 특활비 1,865억 원 가운데 고작 '0.32%'만 공개한 것이다. 국방부는 나머지 '99.68%'에 대해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관세청은 어떨까. 관세청은 처음엔 특활비 예산금액과 집행금액만 '부분 공개'했다. 세부 내역은 없었다. 이에 대해 [마부작침]은 이의를 신청했다. 그러자 2008~2017년 기본경비에 포함된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만 추가로 '부분 공개'했다. 역시 2017년만 보면 합계 1,568만 원으로 관세청의 2017년 전체 특활비 7억 원 가운데 역시 고작 '2.2%'만 공개했다.

이 정도라도 공개한 기관은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국방부 다음으로 특활비 예산이 많은 경찰청과, 법무부 등은 예산·결산액, 지출 총액 등만 '부분 공개'했고, 이의 신청은 대부분 기각했다. 대통령비서실, 해양경찰청 등 9개 기관은 아무것도 공개할 수 없다며 '비공개' 방침을 통보해 왔다.

기관의 '공개' 또는 '비공개' 방침과 관련해 이의를 신청할 경우, 해당 기관의 정보공개심의회에서 이 이의 신청을 심의하게 된다. [마부작침]이 이의를 신청한 16개 기관 가운데 13개 기관이 이를 기각했다. 다만, 외교부, 관세청, 국민권익위원회만 이의 신청을 '부분 인용' 했다. 그나마도 이의 신청을 거쳐 공개한 정보는 연도별 특활비 예산액과 집행액 정도에 그쳤다.

정리해 보면 이렇다. 대법원과 민주평통을 제외한, 무려 17개 기관들에 대해서, [마부작침]은 해당 기관이 특활비를 어디에 썼는지 확인하는 데 실패했다. 두 달에 걸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도 소득이 없었다. 대법원과 민주평통도 누구에게 지급했다는 내역은 공개했지만, 어디에 썼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기관의 '비공개'를 선택한 근거는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9조이다. 공개될 경우 국익을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판과 수사 등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등의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활비의 정의처럼, 이들 기관이 실제로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특활비를 사용했다"면, 이런 '비공개'의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겠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특활비를 어디에 썼는지 절대 공개하지 않고 있는 '특활비 깜깜이' 기관들은, 특활비를 해외출장비에 보태 쓰거나 월급처럼 나눠썼던 국회와는 정말 달리, 특활비를 특활비답게 썼을까.

● '전체 특수활동비의 0.2%' 5개 기관 폐지…내역은 공개 안 해

정부는 2019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국가기관의 전체 특활비를 2018년 예산에 비해 9.2%, 292억 원 줄였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권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위사업청 등 5개 기관엔 특활비를 아예 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증빙 없이, 감시도 없이 사용해온 특활비를 줄이고, 필요 없는 기관은 아예 폐지했다는 것, 참여연대가 내놓은 논평처럼 "국민적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감축하고 폐지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마부작침] 특활비 폐지그런데, 이번 특활비 폐지의 실체를 꼼꼼히 들여다보자. 우선 이번에 특활비 예산이 폐지된 5개 기관이 그동안 얼마나 특활비를 써왔는지 보자. 5곳 중에서 2018년 특활비 예산이 가장 많았던 기관은 국민권익위원회로 3억 8,000만 원이었다. 다음은 대법원 2억 5,600만 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6,500만 원, 공정거래위원회 3,500만 원, 방위사업청 3,000만 원이었다. 이들의 2018년 특활비 예산을 모두 합하면 7억 6,600만 원이다.

공교롭게도 특활비가 적은 순서대로 5개 기관이다.

국정원을 제외하고 특활비를 가장 많이 쓰는 기관은 국방부다. 국방부의 2018년 특활비는 1,480억 원이다. 그러니 이번에 폐지된 5개 기관의 특활비 합계가 국방부 한 곳의 0.5%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2018년 전체 특활비와 비교해 보면? 고작 특활비 전체의 0.2%만 폐지한 것이다!

특활비를 용도 외로 써온 사실이 확인돼 거센 비판을 받았던 국회는 2018년 특활비 62억 원을 내년엔 84.4% 줄여 10억 원만 남기겠다고 밝혔다. 다른 기관들도 조금씩 줄이기는 했지만, 정부 예산안을 보면, 많게는 1,368억 원(국방부)부터, 적게는 5억 원(관세청)까지 여전히 특활비를 써야겠다며 내년 예산안에 잡아놨다.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도 변함이 없다. 전체 특활비를 줄이고 일부 부처는 아예 특활비 배정을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됐다.

(※ 국정원은 특활비 대신 '안보비'라는 명목으로 지난해보다 980억 원 예산을 늘려 편성했다.)

● 특수활동비를 제대로 쓰라는 '시대적 요구'

식품과 의약품 위해사범을 수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나 선거법 위반행위를 감시하고 단속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하는 금융감독원 등에는 특활비가 없다. 굳이 '특활비'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도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해당 기관이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선 해당 기관이 특활비 예산을 확보할 만한 '정치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관들의 업무에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이 전혀 없다고 보긴 힘드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부패 방지를 위한 활동이 주요 업무 중 하나인 국민권익위원회나 담합 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조사해 시정 조치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특활비 파동'을 겪으면서 작게나마 배정되던 특활비를 쓸 수 없게 됐다.

정부의 예산 집행지침을 보면, 특활비라도 사용 후 영수증과 집행내용확인서를 첨부해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수사 및 정보수집활동 등 그 사용처가 밝혀지면 경비집행의 목적 달성에 현저히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다고 돼 있는 것이다. 그런 즉, 특활비를 사용하는 기관은 이 예외를 제외하고 사용 내역을 밝혀야 하는 건데, 특활비를 모두 예외적인 경우(수사 및 정보수집활동 등)에 썼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묻지마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국민 세금에서 나온 나랏돈을 각 기관에서 꼭 필요한 곳에 편성해 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느냐를 따지는 문제다. [마부작침]이 특수활동비에 대한 기사를 계속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엔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지속해온 일이라도 시대정신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게 국민적 요구이다. 정부와 국회는 과연 이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hyeminan@sbs.co.kr)
김그리나 디자이너·개발자(greena@sbs.co.kr)
인턴 : 윤현영     

▶ 특활비 없앤다더니 0.2% '꼼수 삭감'…"내역도 비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