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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연금 개혁 반대' 전국적 시위…푸틴 호소 안 먹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시들에서 2일(현지시간) 정년 연령 연장을 골자로 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권의 연금법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낮 모스크바 시내 사하로프 대로에서 제1야당인 공산당이 주도한 연금법 반대 집회가 개최됐다.

경찰은 모스크바 시 정부의 승인하에 열린 이날 집회에 6천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고, 주최 측은 참가자가 10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사회주의 부활이 러시아를 살리는 길이다', '모든 권력을 노동자에게로', '민중을 테러하는 자본가 정권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겐나디 쥬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집회 연설에서 연금 개혁법을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다른 야당인 '정의 러시아당'도 이날 모스크바 시내 '수보로프 광장'에서 경찰 추산 1천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연금법 개정에 반대하는 별도의 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연금 수령 때까지 살고 싶다', '연금 개혁 안된다'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모스크바 인근 도시 블라디미르, 모스크바 남부 도시 보로네슈, 서부 도시 스몰렌스크, 남부 도시 아스트라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병합한 크림공화국 수도 심페로폴 등에서도 연금법 개혁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이밖에 첼랴빈스크를 포함한 우랄 산맥 인근 첼랴빈스크주(州) 여러 도시와 시베리아 알타이주 도시 바르나울,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도 공산당 지부가 조직한 집회가 개최됐다.

최근 몇 주 동안 전국적으로 벌어진 연금법 개혁 반대 시위의 연장인 이날 동시다발 집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연금법 개혁안을 완화하는 조치를 제안한 뒤 처음으로 열렸다.

푸틴은 담화에서 연금법 개혁안에서 제시된 여성의 정년 연령 63세를 60세로 낮추는 등의 완화 조치를 제안하면서 연금법 개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날 대규모 집회는 푸틴 대통령의 호소에도 다수의 러시아인이 여전히 연금법 개혁에 불만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지난 6월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을 남성은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55세에서 63세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연금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소련 시절인 지난 1930년대부터 유지돼 오고 있는 현 정년 연령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정부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연금법 개혁안에 대해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러시아 남성의 40%, 여성의 20%가 65세까지 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년 연령이 늘어나면 많은 사람은 연금을 받을 때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연금법 개혁이 그동안 잠재돼 있던 푸틴 장기 집권과 경제난에 대한 국민 불만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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