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BMW 내부 정비 회람 지난해 '심각한 결함' 공유

[취재파일] BMW 내부 정비 회람 지난해 '심각한 결함' 공유
차량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제조상의 부품이나 구조적 결함 때문일 수도 있고, 자동차 전장화에 따라 각종 장치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오류이거나 아니면 운전자의 잘못된 관리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문제점을 가장 잘 아는 주체는 제조사와 정비센터일 것이다. 특히 모든 정비정보를 독점하고 공개하지 않는 수입차의 경우 더욱 그렇다.

자동차 자체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제조업체가 양심적으로 자발적 리콜을 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에선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걸 알리게 되면서 매출 하락을 피할 수 없고, 게다가 거액의 리콜 경비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조사들은 상황이 심각해지는 임계점에 이르기 전까진 좀처럼 리콜을 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BMW 화재사태는 급기야 BMW코리아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으로까지 이어졌다. 경찰은 늑장 리콜과 결함 은폐 의혹을 살피고 있다. 이런 조치를 예상한 BMW 역시 미리 포석을 깔았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BMW는 2016년부터 유럽에서 비슷한 엔진 화재 사고가 있었고, 이후 최근까지 원인 규명을 위한 실험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원인 규명이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화재사고가 잇따르고 국민적 공분이 일어난 최근에야 이뤄졌다는 것이다. 진작에 파악한 원인에 대해 적극적 조치를 않고 있다가 문제가 커지니까 원인발표와 리콜을 단행했다는 의혹을 살 만한 부분이다. 이런 의혹은 BMW가 2017년식 차량부터는 설계를 바꾼 EGR 모듈을 장착했다는 사실에서 더 커진다.

BMW 차량의 문제점을 알아보던 중 이번 사태를 예고했다고 할 만한 중요한 내부 정비문서를 찾았다. BMW 정비 회람이라 할 수 있는 이 자료는 독일 본사에서 작성해 각국의 딜러와 서비스센터에 배포한 것인데, 지난해 7월7일에 영문으로 공개됐고 국내에선 다음날 한글로 번역돼 서비스센터와 지정정비업체에 공유됐다.
[취재파일] BMW 내부 정비회람 지난해 '심각한 결함' 공유
[취재파일] BMW 내부 정비회람 지난해 '심각한 결함' 공유
AGR(EGR) 냉각기 누설이란 제목의 자료에는 이번에 화재사태를 불러일으킨 BMW 디젤엔진에서 냉각수 레벨이 너무 낮고 엔진이 과열되며, 비정상적 엔진작동이 빈번하다는 고객의 불만 내용이 담겨있다. BMW 본사는 이런 문제점을 원인을 파악한 끝에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냉각기 누수로 결론지었다.
[취재파일] BMW 내부 정비회람 지난해 '심각한 결함' 공유
또, 2016년 배포된 또 다른 문서에는 이번 화재의 주요 요인으로 전문가들이 꼽는 '엔진 흡기다기관 내 카본 찌꺼기 과다누적'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흡기다기관 카본부착이란 제목의 문서내용에는 불안정한 엔진작동과 덜컹거림 같은 문제점에다, 심지어는 배기가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적시돼 있다. 이에 대해 BMW는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를 통해 발생하는 그을음과 오일찌꺼기 등이 흡기다기관 내에 쌓이면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자체 원인 분석을 기술해 놓았다.
[취재파일] BMW 내부 정비 회람 지난해 '심각한 결함' 공유
[취재파일] BMW 내부 정비회람 지난해 '심각한 결함' 공유
이들 문서들은 전 세계에 시판된 차량들에게서 나타난 광범위한 고장과 정비정보들을 본사에서 취합 분석해 정비지침으로 다시 배포한 것이다. 내용을 보면 현재 국내에서 발생한 화재사건과 관련된 부분들이 거의 포함되어 있다.

이 정도 내용이 정리돼 공표된다는 것은 해당 문제가 이미 수년 전부터 널리 발생했었고, 내부적으로 원인 규명을 거쳐 해결법까지 찾은 단계임을 말해주는 거라는 게 정비업계 전반의 이야기다. 앞서 언급했듯이 2017년식부터 EGR 설계를 바꾼 차를 내놓은 것도 그에 대한 증거라는 것이다.

BMW 입장에선 자발적 리콜을 하려니 신뢰도 하락과 비용에 대한 부담이 워낙 커다 보니, 신차에서 불량 부품만 살짝 바꾸는 방향으로 넘어가려 했는데, 이번에 화재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진 것으로 정비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사태가 없었다면 수많은 차주들이 EGR결함에 대해 있을 수 있는 고장으로 인식한 채 막대한 수리비를 지출하면서 스트레스 속에 차를 운행했을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말이 있다. 시장 거래에서 어느 한쪽이 월등히 많은 정보를 가짐으로써, 잘못된 선택과 도덕적 해이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은 자동차 정비나 중고차 거래에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일반 소비자들은 제조업체나 정비업체에 비해 차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족하다 보니 월등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함을 감추는 비양심적 기업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관계당국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여러 의혹이 해소되겠지만, 그전에라도 이른바 프리미엄 자동차 기업의 양심적 대응을 기대해 본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