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환경부장관, '시한부'일까 '구사일생'일까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18.08.31 19:42 수정 2018.08.31 19: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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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0일) 청와대가 이번 정부 첫 개각을 단행했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를 비롯해 국방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총 5개 부처 수장이 교체되는 중폭 개각이었다.

시기와 범위 면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개각이었기에 '파격'이라든가 '깜짝' 같은 수식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교체가 유력시됐던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개각 명단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사실 오전만 해도 증권가 정보지 등 이른바 '찌라시'를 통해 개각 명단이 돌았다. 어디까지나 '찌라시'일 뿐이지만, 이 명단에는 환경부장관이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다른 후보자의 경우 모두 그대로 인사가 이뤄졌기에 그 배경에 의문이 증폭됐다.

가장 뒤숭숭해진 곳은 환경부였다. 수장이 바뀌는가 싶다가 막상 명단에서 빠지자 유임설이 돌기 시작했다.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인사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1~2주 뒤 추가로 장관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어느 부처인지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애초 '교체 1순위'로 거론되던 환경부가 유력해 보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설'은 분분하다. '인사(人事)는 마지막까지 모른다'는 오래된 문장이 다시 소환됐다.

● "업무평가 낮아 교체 1순위"…1~2주 시한부 장관?

언론과 정관계에선 '시한부' 장관이라는 데 더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몇 달 전부터 개각설만 나왔다 하면 '교체 1순위'로 거론됐을 뿐 아니라 환경부 말고는 딱히 수장을 바꿀 부처가 없다는 분석도 교체설에 힘을 싣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교체설이 심심찮게 돌긴 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유임이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은경 장관이 '교체 1순위'로 거론됐던 데는 그간의 평가와 무관치 않다. 지난 4월 '폐비닐 ·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났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과(過)로 꼽힌다. 예상할 수 있었던 사안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혼란을 불렀고 일이 커진 뒤에도 대처가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현안점검회의에서 '혼나야 할 일'이라는 발언이 나왔을 정도다.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와 문재인 대통령까지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면서 '생채기'가 세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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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나 언론의 평가도 박하면 박했지, 후하지 않았다. 취임 1년이 넘도록 "조직 장악이 안 되는 것 같다"는 평가가 심심찮게 나왔다. 상임위에서 국회 질의에 대한 답변이 원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거나 미세먼지 등 주요 이슈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장관은 취임 9개월 만인 지난 4월, 폐비닐 대란 직후에야 부랴부랴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 당시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억울해만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꼬리표도 매번 발목을 붙잡았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했는지, 김은경 장관도 이번 개각을 앞두고 사실상 마음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 전에는 주요 간부들을 불러 모아 사실상 고별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환경부 내부도 전반적으로 당황스러워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장관 인사는 부처의 가장 큰 일이다. 교체도, 그렇다고 유임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붕 뜬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 "성적표 나쁘지 않았다" 반론도…유임 가능성은?

반면 일각에선 김은경 장관의 성적표가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나쁘지만은 않다는 '반론'도 나왔다. 폐비닐 대란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기스'가 난 건 사실이지만 큰 허물이나 잡음 없이 굵직한 사업을 잘 처리해왔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게 '물관리 일원화'다. 대통령 주요 공약이자 정부의 숙원 사업이던 물관리 일원화를 큰 잡음 없이 이뤄낸 건 나름의 업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만 해도 물관리 일원화는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 공전을 거듭했던 사안이었다. 물관리 일원화로 인해 환경부는 올 초 국토교통부의 수자원관리국 조직과 산하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를 통째로 가져왔다. 1급 실장 자리가 두 자리가 느는 등 조직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큰일을 했다'는 내부 평가가 나왔다.

미세먼지 특별법 제정도 공(功)으로 꼽힌다. 올해 초 미세먼지가 한창일 때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 과정을 거쳐 당시 논란이 됐던 미세먼지 저감조치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개정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 범위를 확대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한 것도 지난 정부에 비해 한 발 나아간 성과로 꼽혔다. 한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굵직한 정부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했지만 미세먼지나 쓰레기 대란 같은 여론의 감도가 높은 생활형 이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박한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일부 언론에서는 한때 '유임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김 장관이 정부의 굵직한 숙원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만큼, 한 번 더 기회를 준다거나 조직 정비를 주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공약한 여성 장관 30% 비율을 지키기 위해선 교체가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도 힘을 보탰다. (물론 이 가설은 후임자가 여성일 경우 성립하지 않는다)

● 그래도 교체 가닥…"후임 검증 실패 아니라 지연"

환경부장관이 개각 명단에서 누락되면서 일각에선 후임 장관 후보 인사검증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초 개각 1순위로 지목된 데다가 후임자 이름까지 돌 정도였는데 갑자기 미뤄진 건 검증 과정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애초 하마평에 올랐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경우 급진적 성향 탓에 정부가 부담스러워했단 보도까지 나왔다. 더불어 다른 인사들의 이름도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이에 대해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쪽보다 "검증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쪽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검증 탈락의 경우 당사자의 명예에 엄청나게 금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체로 보안이 지켜진다"면서 "구체적인 실명이 언급된 만큼 추가 검증을 위해 인선이 미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쪽 고위관계자도 "시간이 촉박했다"면서 탈락보다는 인사 검증에 시간이 걸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각에는 여러 메시지가 있다. 단순히 성과를 떠나서 개각이 주는 정치적 메시지나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위 이야기를 종합하면 유임보다는 교체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더불어 차기 환경부장관 후보도 예상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

요즘 환경부 공무원들은 환경부의 '달라진 위상'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 예전에는 기재부나 행안부 등에 밀려 주요 부처 취급을 받지 못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여론의 주목도나 중요도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위상이 올라간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만큼 여론의 질타를 받거나 무거운 기대를 짊어지는 경우도 늘어났다. 환경부장관에 대한 세간의 엄정한 평가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교체든 유임이든, 누구든 간에 국민은 일 잘하는 장관을 기대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