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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등 돌리고 러시아에 손짓하는 프랑스

미국에 등 돌리고 러시아에 손짓하는 프랑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함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오랜 동맹국들을 무시하고 일방주의적 외교를 펴는 것에 반발한 프랑스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묶인 현 유럽 방위체제의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자국 대사들에게 "유럽의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엔 유럽의 안정을 위해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서유럽이 구 소련과 그 후신인 러시아에 대항한 나토를 축으로 미국에 방위를 크게 의존하는 현 안보체제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자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 그 파장이 주목된다.

북유럽을 순방 중인 마크롱은 30일(현지시간) 핀란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안정을 위해 러시아와 터키와 전략적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그는 "유럽의 안보체제를 재고해야 한다"면서 "가까운 이웃 국가들(러시아와 터키 지칭)을 상대로 국방 분야를 포함해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전 유럽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크롱은 "지난 20년간 우리는 러시아에 대해 오해와 실수에 사로잡혀 있었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지난 5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나눴다고 덧붙였다.

마크롱은 이날 핀란드의 주하 시필라 총리와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두 나라는 "'유럽 개입 이니셔티브'는 현존하는 EU와 나토 등의 체제에 더해 유럽의 안보에 영향을 주는 위기 상황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개입 이니셔티브'(European Intervention Initiative)란 마크롱 대통령의 프랑스가 추진하는 일종의 유럽 공동 신속대응군으로, 나토나 미국의 개입을 배제한 채 참여국들의 군사력을 한데 묶어 유럽의 안보위기에 대처한다는 구상이다.

마크롱은 작년 9월 파리 소르본대 연설에서 유럽 공동 신속대응군 창설을 제안한 뒤 지난 6월에 독일·벨기에·영국·네덜란드·스페인·포르투갈 등의 참여 의사를 확인한 바 있다.

마크롱은 이날 회견에서 현재 유럽 방위의 중심체제인 나토에 대해서는 "중요한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은 북유럽 순방 시작 직전인 지난 27일에도 연례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유럽과 함께 전후(戰後) 세계질서를 구축한 파트너(미국)가 공동의 역사에 등을 돌리고 있다. 유럽은 더는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크롱은 당시 "유럽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라면서 미국을 거치지 않고 러시아와 유럽의 안보 문제에 관해 직접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의 이런 최근의 일련의 발언은 2차대전 후 마셜 플랜과 나토를 통해 서유럽의 경제를 복구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자유주의 질서를 구축해온 미국이 트럼프의 집권 뒤 돌변해 동맹국을 무시하고 고립주의와 일방주의 전략을 펴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특히 나토 내에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 문제로 갈등하고 미국이 우방들과 무역전쟁까지 벌이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유럽을 대표해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 구축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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