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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자동차 교수들이 'BMW 반박'에 팔 걷어붙인 까닭은?

BMW "소프트웨어 문제 없어" vs 교수들 "바이패스 세팅 소프트웨어가 문제"

[취재파일] 자동차 교수들이 'BMW 반박'에 팔 걷어붙인 까닭은?

잇따르는 BMW 차량 화재를 놓고 원인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관심을 끄는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박성지 대전보건대 과학수사과 교수, 최영석 선문대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교수 등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이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화재 원인과 관련한 차량 실험 결과를 공개한 겁니다.
EGR 장비
전문가에 따라 화재 원인에 대한 개별적인 의견 표명은 있었지만, 이렇게 여러 교수들이 공동으로 실제 차량 실험을 통해 BMW측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건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들의 실험 초점은 EGR 장치 가운데서도 바이패스라는 부품의 작동 세팅 문제입니다. 바이패스란 부품은 최근 논란이 된 EGR 장치의 일부입니다. EGR은 500~600도의 고열의 배기가스를 냉각기를 거쳐 엔진 흡기구로 다시 넣어주는 장치인데, 이 중에는 냉각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고열의 배기가스를 곧바로 흡기구로 넣어주는 별도의 '우회 통로'가 있습니다. 바이패스입니다.

전문가들은 모두 6대의 차량을 통해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리콜대상 차량(N47 엔진을 쓴 320, 320GT, 520d, B47엔진을 쓴 520d)과 같은 차종이라도 2011년 이전에 제작돼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 2대(520d, 320d) 입니다.

실도로에서 주행 테스트를 한 결과 리콜 대상군에서 냉각수 온도 90도 이상의 주행 상황에서도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시동 초기뿐 아니라 주행시에도 잦은 바이패스 밸브의 열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원래 바이패스는 과열의 위험 때문에 냉각수 기준 50~60도 이하에서 작동하는 게 일반적이랍니다.

실제 BMW 해당 모델 정비 매뉴얼에도 "50도 이하에서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실제 주행시 시속 140킬로미터까지 속도를 높였다 악셀에서 발을 떼는 '탄력 주행'시 시속 70킬로미터로 속도가 줄어들 때까지 바이패스 밸브가 열렸다고 교수들은 밝혔습니다. 특히 리콜 대상군 가운데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된 유로6 이후 차량에서는 바이패스 열림 현상이 훨씬 더 잦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화재 위험성을 모를 리 없는 BMW측은 왜 그랬을까요? 테스트에 참여한 교수들은 BMW가 강화된 배출가스 환경규제를 충족시키면서도 엔진의 성능과 연비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화재 위험성 감수하는 무리수를 썼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정상적인 EGR 쿨러를 거쳐 식혀진 배기가스를 엔진으로 넣을 경우 실린더 내 혼합기의 온도를 떨어뜨려 질소산화물을 저감할 수 있지만 낮아진 온도 탓에 엔진 효율은 일부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운행성능이나 연비에 마이너스 효과를 일으킨다는 겁니다. 반면 쿨러를 거치지 않고 바이패스를 이용해 고열의 가스가 재순환될 경우 질소산화물 저감은 물론 흡기 및 배기 저항을 낮춰 엔진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럴 경우 필연적으로 '과열'이란 딜레마가 생기는데, 이로 인해 실린더 내 연료가 공급되지 않아 온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퓨얼컷 상황의 '탄력 주행'시에 바이패스 활용이 집중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럼에도 이같은 혹독한 바이패스 세팅은 화재 위험을 놓고 '줄타기'하는 것과 같은 무리수였고, 결국 지난 7, 8월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란 악조건과 만나면서 최악의 결과를 빚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이 모든 걸 말해준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차량 6대를 통한 간이 실험인데다, 바이패스 관련 ECU 세팅 분석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같은 날 국회 공청회 자리에 출석한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의 입장이 매우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의 발언은 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김효준 BMW 대표
김 대표는 90도 이상 고열에서 바이패스 열림 현상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잇따른 질의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바이패스 밸브에 관한 의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독일 본사에 똑같이 수차례 물어봤다. 그러나 독일에서 답을 듣기로는 바이패스 밸브는 EGR 모듈(화재)과는 관계가 없다. 이렇게 들었다."

질문이 쏟아졌지만 왜 EGR과 관련이 없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조만간 독일로 현지 조사를 가게 될 민관조사단이.." 국토교통부가 계획 중인 민관 조사단의 독일 본사 방문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하라는 겁니다.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으니 당신들이 독일 가서 알아보라'는 식입니다.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굴욕(?)에도 김 대표가 모르쇠로 버틸 수밖에 없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김 대표조차 독일 본사로부터 관련 분석 결과를 충분히 전달받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한국 소비자를 대하는 독일 BMW의 인식을 드러내는 거겠죠. BMW 화재 피해자들이 불러도 메아리 없는 BMW 코리아 대신 독일 메르켈 총리한테 조사 요청 서한을 보내기로 한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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