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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아동학대 알렸을 뿐인데"…우울증에 실직까지, '내부고발' 어린이집 교사의 눈물

[리포트+] "아동학대 알렸을 뿐인데"…우울증에 실직까지, '내부고발' 어린이집 교사의 눈물
잊을만하면 터지는 어린이집 학대 사건. 어린아이들을 때리고 밥을 억지로 먹이는 등 보육교사들의 가혹 행위가 밝혀질 때마다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합니다. 지난달에는 서울 강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11개월 영아를 이불로 덮고 눌러 숨지게 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 지난 3월에는 충북 청주의 어린이집 원장이 30개월 미만의 아이들을 폭행한 CCTV 영상이 공개돼 학부모들이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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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학대가 늘면서 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어린이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학대가 벌어지는 곳에서는 내부인의 신고가 중요한데요. 그런데 아동학대 사실을 알린 내부고발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어린이집 신고 상습범이다" 내부고발 교사를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지난 21일, 인천에서 2살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로 어린이집 교사들이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이들은 올 4∼6월 2살 원생들이 밥을 토하자 토사물이 묻은 휴지로 얼굴을 닦고 손으로 어깨와 볼을 치는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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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들의 아동학대 사실은 또 다른 보육교사의 내부고발로 드러났는데요. 당시 아동학대를 알린 보육교사 A 씨는 "아이들을 몇 번 학대하는 것을 목격하고 마음이 불편했다"며 내부고발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어린이집 임원과 동료 교사들은 오히려 신고를 한 보육교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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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결과, 일부 교사들의 학대 정황이 확인된 상태인데요. 학대 혐의를 받는 교사들은 "훈육하려다 보니 행동이 과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 "아동학대 알렸을 뿐인데"...정당한 신고 후 일자리 잃는 보육교사까지

학대 사실을 알린 이후, 일을 그만둔 보육교사도 있습니다. 한 어린이집의 보육교사였던 B 씨는 아이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주는 등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정황을 직접 목격하고 내부고발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동료들의 외면이었습니다. 동료들은 업무나 행사 일정을 공유하지 않는 등 B 씨를 무시하기 시작했고, 스트레스로 인해 공황장애, 우울증을 앓던 B 씨는 휴직을 한 상태입니다.

내부고발을 선택한 보육교사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없습니다. 재취업 과정에서 이전 어린이집 원장의 평가가 반영되는 데다가, 업계가 좁아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문제가 생겨 폐업한 어린이집 근무 이력은 반기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게 보육교사들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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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학대 신고하는 보육교사 8%뿐...내부고발자 보호 대책 마련돼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 신고자 중 보육교사의 비중은 높지 않습니다. 지난 2016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조사한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신고자 유형' 자료에 따르면, 신고자 중 학부모가 34%로 가장 많았고,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가 21%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학대를 목격했을 가능성이 큰 보육교사는 8%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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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나라에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법이 존재하고,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내부고발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권남표 노무사는 SBS 모닝와이드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굉장히 미비하다"며 "'불이익한 취급을 하면 안 되고, 해고하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만 있지 실제로 재취업을 보장한다는 부분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동학대를 신고한 보육교사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내부고발이 가능한 온라인 사이트를 구축하고, 재취업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 곁에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많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있습니다.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일부 교사들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의로운 보육교사들이 오해 받고 피해를 보는 일이 더는 생기지 않아야 합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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