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의 하선 거부로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 150명이 닷새째 시칠리아 섬의 항구에 정박 중인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부총리가 유럽연합(EU)이 난민 분산 수용에 나서지 않으면 EU에 분담금을 내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루이지 디 마이오 노동산업장관 겸 부총리는 24일(현지시간) 현지 방송과 회견에서 난민 문제에 온건책은 통하지 않는다며 "EU가 '디초토' 선박에 타고 있는 난민 분산 수용과 관련해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탈리아가 EU에 내는 연간 분담금 200억 유로를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몰타 등 EU 12개 회원국은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의 선박 디초토에서 닷새째 하선이 금지된 난민 150명의 처리 문제를 놓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U는 디 마이오 부총리의 분담금 보이콧 경고에 즉각 응수했습니다.
알렉산더 빈터슈타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 규약은 예산에도 적용된다. 회원국이 분담금을 내는 것은 명백한 법적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모두가 해결책을 찾는 것에 집중할 때이지 손가락질할 때가 아니다"라며 "위협은 해결책에 가까이 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항구에 들어오고도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는 난민 150명 가운데 상당수는 장기화하는 억류 상태에 불안감을 느끼고 단식 투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중해 몰타 해역에서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지난주 구조된 이들 난민은 강경 난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장관의 명령에 따라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살비니 장관은 당초 이 배에 타고 있는 난민 177명을 불법 난민이라고 규정하며, 유럽연합(EU) 차원의 분산수용 해법이 나올 때까지 단 1명의 난민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국내외에서 비판이 빗발치자 23일 미성년 난민 27명에 한해 하선을 허용했습니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뿐 아니라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난민들을 배에서 무조건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는 '감금' 또는 '납치'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AI), 카리타스, 세이브더칠드런 등 약 20개 인도주의 단체 연합은 이날도 디초토호에 타고 있는 난민들을 즉각 하선시키라고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4년 이래 지중해를 건너 도착한 난민 약 65만 명을 수용하며,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비아 해안경비대를 측면 지원하기 시작한 작년 7월 이래 이탈리아 유입 난민은 크게 줄었습니다.
올해 현재까지 들어온 난민은 1만9천52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 급감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