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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재인 대통령 대북 경제구상, 어디까지 와 있나

[취재파일] 문재인 대통령 대북 경제구상, 어디까지 와 있나

전병남 기자 nam@sbs.co.kr

작성 2018.08.21 18:10 수정 2018.08.22 09: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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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연설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우리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의 경우 북한과 일본·중국 등 주변국에 대한 메시지까지 담기는 만큼 큰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다음 달 남북정상회담까지 앞둔 상황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 '평화'를 가장 많이 담았습니다. 20여 분의 연설에서 21번, 거의 1분에 한 번꼴로 평화를 언급했습니다. '경제'도 19번이나 언급했습니다. 가장 눈에 띈 건 두 단어를 묶어 "평화가 경제"란 화두를 던진 대목입니다.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습니다. ▲남북철도·도로 연결 ▲경기·강원 접경지역 통일경제특구 ▲동북아 철도공동체입니다.

● 일부는 구체적 시점까지 제시…얼마나 준비됐을까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하는 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먼저 눈에 띄는 건 일부 내용의 구체성입니다. 남북철도·도로 연결이 대표적입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안에 착공하는 게 목표라면서 시점을 특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과 교감을 상당히 이룬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여러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아직 그 정도로 구체화 된 상태는 아닌 걸로 보입니다.

다만, 큰 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특히 철도의 경우 그동안 꾸준히 속도를 내왔습니다. 실제 남북은 단절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잇기 위한 사업 협력을 진행 중인데, 경의선 철도의 북측 연결 구간 공동 점검을 진행했고 추가 조사도 나설 계획입니다. 국제철도협력기구에 정회원으로 가입한 점이나 중국과 서울-평양-신의주-북경을 잇는 노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 역시 그동안 이뤄 온 진전 중 하납니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올해 안에 철도·도로를 착공하는 게 목표라는 문 대통령 발언이 나왔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통일경제특구도 살펴보죠. 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할 것입니다. 많은 일자리와 함께 지역과 중소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통일경제특구는 연구 용역을 앞둔 단계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경기도와 강원도가 자체적으로 연구한 보고서는 있지만, 추가적인 연구 용역이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입니다.

●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에 미국을 넣은 이유
남북,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 점검(사진=통일부제공/연합뉴스)
관심을 끌었던 건 또 있습니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입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과 중국·러시아·일본·몽골 등 동북아 6개국에 미국까지 함께 묶는 동북아 철도공동체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우리 경제지평을 북방 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돼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입니다.

성공한 사례로는 EU를 제시했습니다. EU의 모체가 전쟁방지와 평화구축, 경제재건을 목표로 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SCE)였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완성된 한반도종단철도가 동북아 철도 공동체로 확대되고, 철도 공동체가 잘 자리 잡으면 EU 같은 정치경제안보 공동체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9월 UN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비슷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싱가포르 방문 때도 같은 취지의 연설을 했습니다.

눈길을 끈 건 미국을 언급한 대목입니다. 동아시아 국가도 아닌 미국을 굳이 공동체에 끼워 넣은 이유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미국의 참여와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합니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직접 투자까지 하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적어도 철도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미국의 동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EU 역시 출범 과정에서 미국의 용인과 지원이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조성해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한반도 평화입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8월 말 방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9절 방북과 남북 정상회담까지…앞으로 한 달간 쉴 새 없이 펼쳐질 외교전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 간 의미있는 합의를 견인해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앞으로 30년간 남북 경제협력의 효과가 최소 170조 원에 이를 걸로 예상했습니다. 우리나라 예산의 절반 가까이 되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170조 원이란 예상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북한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이 선행되어야 할 겁니다. 여기서 진전을 내지 못하면 문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 경제 구상은, 훗날 한낱 선언문에 불과했단 평가를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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