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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유족 "시민은 보호대상…경찰 과잉진압 다신 없어야"

고 백남기 농민 큰딸 백도라지

박근혜 정부 시절 대정부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숨진 고(故) 백남기 씨 유족은 21일 경찰의 초법적 과잉진압 실상에 관한 조사 결과 발표에 "경찰이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 농민의 큰딸 백도라지씨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경찰은 시민을 적이나 공격할 대상으로 볼 게 아니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내용을 전달받아서 봤다는 백씨는 "경찰 내부적으로 이런 사건이 있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문서화를 한 것이니까, 그 정도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훈련이 미비한 요원들이 살수를 했던 것으로 나왔는데, 경찰이 애초에 시민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찰이 집회·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적대시하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백씨는 "경찰이 집회를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여전히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치는 등 집회를 한정된 장소에 '가두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찰의 목표가 집회를 진압하는 게 돼서는 안 된다. 민주 사회에서 시민들이 의견을 표명하도록 보장해야 하는데, 경찰은 그걸 막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 사건도 시민들이 청와대 근처에 가지 못하게 하려다가 일어난 것인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씨는 조사위가 '살수차 사용 금지 및 근거규정 확립'을 경찰에 권고한 데 대해서는 "살수차를 아예 퇴출해야 한다"면서 "살수차 운용 지침은 원래 있었는데, 그걸 지키지 않아서 사고가 났던 거다. 지침이 없어서 사고가 났던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이 전반적인 경비 계획을 세우는 회의에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서는 "직접 살수명령을 내린 사람은 아니어서 검찰이 기소 명단에서 제외했고 진상조사위도 그런 입장인데, 인명 사고가 났는데 경찰 수장이 이렇게 빠져나가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백씨는 '빨간 우의'에 관해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고 백남기 농민 발인·영결식

경찰은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이 백남기 농민을 때려서 숨지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 2016년 3월 이미 무혐의 결론을 내려놓고, 6개월 뒤 백 농민이 숨을 거두자 '사인에 관한 사회적 의혹이 있다'며 부검 영장을 집행하려 했다.

민중총궐기 집회 주최 및 참여자에게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상조사위가 '취하하라'고 권고한 데 대해서는 백씨는 "경찰청이 권고를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손배소 제기는 집회·시위를 억압하는 수단이었으므로 근절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백 농민이 속했던 가톨릭농민회 등 농민단체와 시민단체 모임 '백남기투쟁본부'는 "진상조사위 조사로 경찰의 인권 침해와 공권력 과잉 행사의 구체적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이들은 "경찰의 과잉대응 책임자들을 밝혀냈음에도 징계·법적조치 등 권고는 빠졌다"면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징계나 처벌 없이 경찰공무원직을 유지하는 관련자들의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경찰청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함께 진상조사위 권고를 수용·이행하라"면서 "집회시위 대응이나 살수차 사용관행의 개선을 경찰에만 맡길 수 없으므로, 국회가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의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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