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스님 퇴진 "산중으로 돌아가겠다"

조계종 역사상 최초로 불신임안이 가결된 설정 스님이 총무원장에서 사퇴했습니다.

설정 스님은 오늘(2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지만 뜻을 못 이루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 후 조계사에 들러 참배하고 신도, 종무원들과 인사한 뒤 수덕사로 떠났습니다.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설정 스님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며 다시 한 번 부인했습니다.

또, "총무원장으로서 1994년 개혁을 통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고 싶었지만 종단을 소수 정치권승들이 철저하게 붕괴시키고 있다"며 개혁을 막는 일부 기득권 세력을 비판했습니다.

"10개월 동안 수많은 언론의 뭇매를 맞고 대중의 불신을 받았다"며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만들어서 8월 말까지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는데도 내몰리면서 이게 조계종의 윤리이고 도덕이냐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설정 스님은 "불교의 위대한 진리를 스스로 수용하고 국민에게 나눠줘서 희망과 용기와 기쁨을 줄 수 있는 종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나를 내세우고 불교를 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내 자리와 먹거리를 내려놓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불교개혁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설정 스님의 퇴진은 총무원장 불신임안 인준 여부를 결정할 원로회의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16일 임시회에서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가결했습니다.

설정 스님이 퇴진함에 따라 조계종은 총무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고, 60일 이내에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총무원장은 총무부장인 진우 스님이 대신하게 됩니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11월 1일 임기 4년의 제35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서울대 학력위조 의혹,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숨겨둔 자녀가 있다는 의혹 등을 받았지만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측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습니다.

설정 스님은 학력위조 의혹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숨겨둔 처자 의혹 등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해왔습니다.

설정 스님은 애초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 지난 16일까지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번복했지만, 결국 탄핵 인준을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