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연정 내부에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터키에 대한 지원 문제를 놓고 온도 차가 드러났습니다.
기독민주당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당내 회의에서 터키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이 긴급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터키의 통화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긴급히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사무총장이 언론에 전했습니다.
그러나 대연정 소수파인 사회민주당의 안드레아 날레스 대표는 전날 풍케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정치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터키를 돕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날레스 대표는 "터키는 무시할 수 없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파트너"라며 "터키가 경제적인 안정을 찾는 것은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극심한 갈등을 겪어온 독일과 터키 간의 관계가 최근 터키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완화되고 있지만 속도 조절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내달 독일 베를린을 방문하기로 했으나, 독일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롯한 터키 집권세력이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상당히 강합니다.
더구나 아직 터키에 구금된 독일인 문제 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미국이 터키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이 터키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경우 미국과 대립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메르켈 총리가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습니다.
다만, 터키 법원은 터키에서 출국이 금지돼 있던 독일 언론인 메잘레 토루에 대해 출금 금지를 해제했다고 이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토루는 테러 관련 혐의로 8개월 동안 구금됐다가 지난 4월 풀려난 뒤 터키에 체류해왔습니다.
그러나, 같은 혐의를 받은 그의 남편은 여전히 터키에서 출국이 금지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양국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전진"이라면서도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