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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년 만에 푸는 선물 보따리…'만남'만 남았다

<앵커>

북쪽의 손주 얼굴을 처음 보게 된 올해 101살의 할아버지는 여름과 겨울옷, 신발 30켤레 등 선물을 잔뜩 준비했습니다. 그래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게 할아버지 마음이겠죠.

이산가족들의 선물 보따리에 담긴 진한 그리움과 애정을 이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92살 이금선 할머니는 67년 전 피난길에서 헤어졌던 4살 아들을 만나러 갑니다.

선물 보따리에는 이제는 일흔을 넘겼을 아들을 위한 약이 가득합니다.

[이금선 (92세)/남측 상봉단 : 영양제랑 아프면 먹는 감기약 그런 거 (챙겨왔어요.)]

김종태, 종삼 형제는 형수와 조카에게 보여줄 사진들이 물에 젖기라도 할까 비닐에 꽁꽁 싸왔습니다.

[김종삼 (79세)/남측 상봉단 : 우리가 남한에 나와서 자손이 이만큼 많이 커졌다(고 보여주려고)….]

어제(19일) 정오쯤부터 집결지인 속초에 모이기 시작한 가족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며 긴장감을 달랬습니다.

최고령인 101살 백성규 할아버지는 북쪽의 며느리와 손녀에게 줄 선물을 잔뜩 챙겨왔지만 부족해 보인다며 걱정입니다.

[백성규 (101세)/남측 상봉단 : 여름옷, 겨울옷, 파카, 신발 30켤레, 치약, 칫솔, 숟가락…뭘 좀 많이 사오려고 했는데 돈이 없어서 많이 못샀네.]

월남할 때 16살 소년이었던 민병현 할아버지는 이제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여동생을 만나러 왔습니다.

어린 동생 셋을 두고 혼자 넘어온 미안함에 70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한 켠이 아립니다.

[민병현 (82세)/남측 상봉단 : 네 살, 여섯 살, 아홉 살짜리를 놓고 내가 나왔으니까…부모는 전쟁통에 다 돌아가셨고. 걔들 생각하면 뭐…말로 표현 못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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